문제는 컨텐츠다. 

컨텐츠만 있으면 길은 만들 수도 있고, 이미 만즐어진 길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링서스나 북스 MBA는 좋은 길이 될 수 있다. 

 

후회스러운 것 몇 가지를 생각했다. 

서울까지 온 것, 

결혼한 것, 

아파트, 

자동차. 

분에 넘치게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고향에서, 

홀로, 

아버지 집에서 어머니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며 살 걸 그랬다. 

이 바쁘고 복잡한 도시에서 이렿게 사는 것이 과연 내 목표였는가? 

이 곳에서의 삶이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인가? 

결혼도 그렇다. 

나는 남편이나 아버지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나처럼 정 없고, 무심한 사람이 무슨 가족을 이끌겠다고... 

원래 내 그릇은 훨씬 작음을 안다. 

어렸을 때는 그 작은 그릇이 답답하여 어쨌거나 뛰쳐 나오고 싶었다. 

목적은 서울에 오는 것이 아니라 고향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그 동네가 싫었고, 아버지 집이 싫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이나 이곳이 별반 차이가 없다. 

오히려 껍데기와 내용의 간격으로 불필요한 고생마저 사서 하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매달 개인용돈 50만원 정도 쓸 수 있는 소시민으로 살면서 친구들과 친척들, 책과 인터넷을 벗하며 살고 싶다.

하지만 돌이키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저 넋두리라도 하며 정서라도 정화시킬 뿐. 

 

커피로 깨고, 사워 못한 찜찜함으로 깨다가 오늘은 목감기의 고통으로 깼다. 

이렇게 불편한 목감기는 처음이다. 

바삭바삭 마르고, 탁탁 갈라진다. 

침도, 물도 넘기기 거북하다. 

물을 끓여 레몬티백을 담가 놓고도 이렇게 타자질만 하고 있다. 

생후 한 달이 갓 지난 둘째가 두 시간 단위로 깨서 보챈다. 

아내는 더, 더 힘들다. 

 

내가 우수보험설계사가 됐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헛, 참! 

작년 여름에 운 좋게(은혜로) 받은 계약 때문이다.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내 수고 없이 받은 거라 쑥스럽다. 

하지만, 명함에도 새기고 앞으로 나를 부를 땐 "우수보험설계사님!"이라고 부르라고 능청을 떨고 싶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렇게 불리다 보면 정말 우수한 보험설계사가 될 지 누가 알겠는가?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하기가 어렵다. 

계약할 대상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함부로 계약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내게는 그저 커미션이 주어지는 한 건의 계약일지 몰라도 고객에게는 삶의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가족이 감기에 걸렸다. 

아내와 첫 애는 3주 전부터, 나는 지난 주말부터다. 

오늘도 할 일이 많은데... 

꽤 피곤한 하루가 돼겠군. 

어제는 한 고객이 전화를 해서 어찌나 고객행세를 해대는지... 

속으로, '저는 당신 같은 분 고객으로 모시고 싶지 않으니 다른 설계사 소개시켜드리고 싶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참았다. 

그렇찮아도 보험설계사는 사회적으로 불가촉천민으로 취급 받는데 

나까지 곤조를 부린다면 누워서 오줌 누는 꼴일 것이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될까? 

쥐구멍에도 볕뜰날 있을까? 

내 쥐구멍에 뭐 볼 거 있다고 빛이 필요할까? 

같은 시간을 자도 조각잠은 한 번의 긴 잠만 못하다. 

피곤하다. 

두 번째 조각잠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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