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날 -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
조쉬 고든 외 감독, 윌 페렐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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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제목만 보면 Days of Glory가 원제인 줄 알겠지만, 여기서 '날'이라는 건 스케이트 날인 blades를 뜻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요즘 국민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피겨 스케이팅에 관한 영화다. 거칠게 내용을 요약하자면 남자 싱글 부문에서 1위를 놓고 다투는 지미 맥클로이와 채즈 마이클 마이클스가 공동 1위를 하는 날 시상대에서 쥐어뜯고 싸우는 통에 싱글 부문 출천자격을 영원히 박탈당하고 어쩔 수 없이 페어 부문에 함께 나가 정상에 등극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중심 줄거리다. 남자 페어라니, 상상이 가는가? 페어 경기에서 연출되는 갖가지 간지러운 포즈와 동작들을 괴상한 굴곡을 한 몸매의 소유자 페럴과 좀 멍청한 미소년 이미지의 히더가 함께 하니 말 그대로 괴상망측하다. 후후. 

영화야 기대한 만큼 웃기고 전형적이라 더 언급할 것은 없겠다. 다만 영화의 캐스팅이 재미있어서. 트리비아 몇 개만 보태자면, 지미의 아빠로 나오는 아저씨가 너무 낯이 익어 누군가 했더니 <다크 나이트> 초반부 마피아 은행장으로 나오던 그 사람이다. 조커의 손에 죽으면서도 잔소리를 늘어놓던 ^^ 윌리엄 피츠너 말이다. 안무가로 나온 로마니 말코도 반가운 얼굴. <위즈>에서 참 좋아하던 캐릭터였는데 4시즌 이후 안 보고 있다; 그리고 라이벌 팀의 에이미 포엘러. SNL의 히로인... 몇 년 전에 휴 로리 나왔을 때 인상 깊게 봤는데 대선이 한참이었을 때 사라 페일린 흉내를 너무 잘 내서(실제로 닮은 것처럼 보이기도) 다재다능한 배우라고 생각했더랬다. 지미 맥클로이로 나온 조 히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의 주인공이더군. 종교적 이유로 섹스신은 앞으로도 찍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의 종교는 우리가 '몰몬 교'라고 부르는 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1977년 생이고, 쌍둥이 형이 있으며, 형제는 자신까지 포함해 무려 여섯 명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MD이고, 무슨 보드 게임 표지 사진으로 데뷔(?)한 듯. 결혼해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아빠라고 한다. 치아 교정 좀 어떻게 해보면 그럭저럭 미남이 될 것 같기도 한 얼굴인데, 아마 매력 포인트로 남겨두려는 것 같다. 코미디라는 장르에서는 꽤나 유용(?)하게 쓰일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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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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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출판마케팅 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의 칼럼(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44071.html) 덕분이었다. 우연히 읽게 된 그 글에는 MB 정권 이후 더 성황을 이룰 것처럼 보이던 자기 계발서 시장이 오히려 주춤하게 된 현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책 <고민하는 힘>을 읽으며 자기계발서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것임을 예감했노라는, 자못 비장하고도 단정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낚이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이 혼란한 시대의 물결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정신이 한 개도 없는 중생인데, 어떤 길을 제시해준다는 약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첫 소감은, '대학 신입생 시절 교양수업 때 참고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착한 책 한 권을 읽고 난 느낌'이이었다. 사실 이 책은 그 어떤 해답도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고민해봐~라고 말할 뿐. 저자의 어조도 어찌나 겸손하고 조곤조곤한지, 맞장구를 치게 되면서도 그의 말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함 따위는 느낄 수가 없다. 굉장히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과장되지 않은 어조로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선동이나 격렬한 비판 같은 것도 없다. 이렇게 담백한 책을, 일본에서는 백만 명이나 읽었단 말인가, 이렇게 슴슴하고 착한 책을...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렵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은 책이건만.  

내가 이렇게 느낀 것은 애초에 온갖 자극적인 선전문구와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당장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몰아치던 책들에 인이 박혔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런 '당연한' 소리 같은 책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고 시시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되돌리기 위해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 무미한 듯한 자연 식재료들에 익숙해져야 하듯 이런 조용하고도 겸손한 진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래 두고 거듭 읽어야 할 것 같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거리에서 오롯이 빛나는 촛불 하나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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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선 1집 - Swallow
조원선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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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곡의 작곡자에 조원선은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프로듀싱도 자신이 했다. 그래서? 뮤지션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들으면서 왠지 조원선의 목소리가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에 아쉬웠다. 조원선은 '내질러야 가창력이 좋다'는 통념에 기분 좋게 한 방 먹이는, 좋은 목소리를 가진 가수다. 뮤지션으로서의 욕심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소박한 팬의 입장으로서 아니, 돈이 넉넉지 않은 -_- 팬의 입장으로서는 좋은 작곡가들에게 좋은 곡을 받아서 부른 솔로 앨범을 내주었으면 하는 마음... 이소라처럼 작사로 만족했으면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들었다 '으잉, 벌써 끝났나?' 싶을 정도로 별 인상이 남지 않는 앨범이었다.  

다음엔 좀더 멋진 음악으로 만나길...  

 + 그래도 한동안은 귀에 달고 다닐 앨범이 될 것이다. 내게 조원선의 목소리는 봄, 그리고 여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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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네코무라 씨 하나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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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키득거리면서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고전적인(!) 설정과 엉뚱한 듯 능청스러운 네코무라의 매력에 반해서랄까! 정말이지 네코무라 상은 털 하나 하나까지 사랑스럽고 또 사랑스럽다. 표지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저 포스를 보라. 근심 어린 얼굴에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나 흥을 잃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설겆이를 하는 언밸런스함이 빚어내는 유머라니.
네코무라 상은 어서 돈을 모아 도련님을 만나고 싶겠지만, 나는 네코무라 상이 오래오래 가정부로 일하며 내게 즐거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박스도 벅벅 긁고, 아줌마에게 꾹꾹이로 안마도 해드리고, 말도 안 되는 노래를 부르며 장을 보러 가다가, 기분이 좋으면 벌러덩 눕기도 하고... ㅋㅋ 

* 사기 전부터 서평에서 책의 질이 후지다느니 발로 그린 그림이라느니 혹평이 많았는데, 읽고 나니 왜 이런 재질로 책을 만들었는지 알 것 같다. 우선 이 그림은 발 그림이 아니고(그림 테크닉이 좋다고 해서 잘 그린 그림인가? 작가의 그림체는 말 그대로 '개성'이다. 그리고 이런 그림은 이 만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매우 잘 어울린다), 작가가 그린 그림과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이런 빈티지(?)한 느낌의 종이를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석이조로 책도 가볍고 좋잖아? 작가가 일부러 한글로 제목자와 자기 이름까지 써주었다니... 정말이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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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09-04-0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저랑 너무너무 똑같은 감상!! ^^
다음 편이 기대되어서 못살겠어요. 본격 미스터리물로 변신할 것을 기대하며! ㅋㅋ

lecteur 2009-04-09 10:55   좋아요 0 | URL
그쵸? 주인집의 그 할머니는 누구일까요! 어서 2권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ㅋㅋ
 
로네펠트 Teavelope : 윈터드림 (Winter Dream) - 디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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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카페에 들러 티백 하나씩 사먹다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윈터드림'으로 사보았다.
이름 그대로 따뜻할 때보다는 추운 계절에 더 어울리는 차다. 계피가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디카페인이니 얼마든 마셔도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마구 들이부을 만큼 향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여타 허브 티나 향을 가미한 차들보다는 로네펠트에서 나온 차들은 담백하고 뒷맛이 개운하다는 점에서 최고다! 예전에 니나스를 마시고 곤란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런 듯. 

그리고 무엇보다 기뻤던 건 배송비가 무료인데다, 각종 샘플 티들을 잔뜩 보내주셨다는 것 ^^ 그래서 사무실 식구들에게도 선심 쓸 수 있었다. 제일 좋아하면서 마신 것은 알라딘에서는 안 파는 좀 길쭉한 모양의 티백인데, 이름은 '모닝 드림'이다. 녹차에 시트론 과육과 이파리를 넣은 것 같은데, 굉장히 상큼하면서도 그 맛이 과하지 않았다. 로네펠트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해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나중에 나 자신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을 때 사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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