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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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출판마케팅 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의 칼럼(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44071.html) 덕분이었다. 우연히 읽게 된 그 글에는 MB 정권 이후 더 성황을 이룰 것처럼 보이던 자기 계발서 시장이 오히려 주춤하게 된 현상에 대한 설득력 있는 분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 책 <고민하는 힘>을 읽으며 자기계발서의 흐름이 완전히 바뀔 것임을 예감했노라는, 자못 비장하고도 단정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낚이기에 충분했다. 나 역시 이 혼란한 시대의 물결 속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정신이 한 개도 없는 중생인데, 어떤 길을 제시해준다는 약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첫 소감은, '대학 신입생 시절 교양수업 때 참고도서 목록에 올라 있는 착한 책 한 권을 읽고 난 느낌'이이었다. 사실 이 책은 그 어떤 해답도 제시해주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고민해봐~라고 말할 뿐. 저자의 어조도 어찌나 겸손하고 조곤조곤한지, 맞장구를 치게 되면서도 그의 말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함 따위는 느낄 수가 없다. 굉장히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과장되지 않은 어조로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선동이나 격렬한 비판 같은 것도 없다. 이렇게 담백한 책을, 일본에서는 백만 명이나 읽었단 말인가, 이렇게 슴슴하고 착한 책을...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렵지도 않고, 두껍지도 않은 책이건만.  

내가 이렇게 느낀 것은 애초에 온갖 자극적인 선전문구와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당장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몰아치던 책들에 인이 박혔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이런 '당연한' 소리 같은 책은 왠지 공허하게 느껴지고 시시하게만 보이는 것이다.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입맛을 되돌리기 위해서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 무미한 듯한 자연 식재료들에 익숙해져야 하듯 이런 조용하고도 겸손한 진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오래 두고 거듭 읽어야 할 것 같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거리에서 오롯이 빛나는 촛불 하나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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