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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ㅣ 올 에이지 클래식
낸시 가든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Annie on My Mind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약간은 들떴더랬다. 워낙 전설적인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미 도서관 협회 '최고의 책'으로 선정됨과 동시에 여러 학교에서 금서 목록에 오르고 불태워지기도 했던 책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이 책이 입은 전설적인 외피를 벗기고 읽는다면,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는 로맨스 소설이다. 열일곱 살이라는, 인생에서 가장 예민하고도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고 있는 두 소녀의 사랑이야기다. 물론 이들은 동성애 혐의로 청문회에 나가야 하고,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과 위협에 시달리지만, 책의 상당 부분은 둘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래서, 이 책에 독자들은 비교적 편견 없이 이입이 쉽다.
청소년 문학의 소재가 점점 과감해지고 현실적이 되어가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오래 전도 아니지만 내가 열일곱이었던 시절, 누가 동성애에 대해 진지한 의견과 의문을 제기했던가? 나는 동성애에 대해서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학교를 마쳐야 했다. 그만큼 그때는 소수자의 입장과 권리에 대해 무심하고 무지했던 것이리라.
열린 결말(그러나 비교적 해피엔딩인)과, 동성애뿐 아니라 다른 많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