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활용한 책읽기와 글쓰기
흔히 SNS를 인생의 낭비라고들 한다. 왜 아니겠는가? SNS 때문에 인생의 가장 밝은 곳에서 가장 어두운 나락으로 추락하는 사람의 예를 우린 쉽게 매일 보다시피한다. 굳이 사고를 치지 않더라도 SNS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도 많다. 페이스북도 이런 문제제기를 비켜가지 못한다. 필자도 개인정보의 지나친 유출을 걱정해서 세번이나 가입과 탈퇴를 반복한 경험이 있다.
내가 그러니까 세번째 가입을 했을 때 50대의 시인이자 페이스북의 인기남이 내게 해준 충고가 이랬다. '잘 활용하기만 하면 굉장히 좋은 매체예요. 너무 빠지지만 않으면요' 이게 정답이 아닐까 싶다. 너무 빠지지 않으면서 페이스북을 '잘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봤다.
내가 페이스북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와 '글쓰기'에서 찾지 않으면 안되었다. SNS는 일반적으로 책읽기로 대표되는 아날로그적인 활동의 반대되는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많이들 생각한다.
그러나 페이스북 친구에 작가와 출판사관계자가 하나 둘 더해지면서 좀 더 적극적이고 깊이 있는 책읽기가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독서가라면 평소 동경하던 작가와 페친이 되어서 이런저런 책과 주변 이야기를 가끔 주고받는 일이 설레지 않을까? 적어도 내게는 그런 경험이 즐거웠다. 심지어는 책을 창작하면서 겪은 뒷이야기와 배경을 해당 작가에게 직접 듣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내가 올린 게시물에 평소 존경하던 작가가 '좋아요'를 눌러주거나 칭찬의 댓글을 남겨주었을 때의 기쁨은 SNS가 인생의 낭비라는 말이 항상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출판관계자와 친구가 페친이 되는 일도 독서가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출판관계자 자체가 문인인 경우가 허다하며 책의 출간과 관련된 흥미롭지만 책에서는 읽지 못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양한 신간의 출간계획과 이벤트를 좀 더 빨리 접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책을 읽는 것이 숨을 들이쉬는 행위라면 글을 쓰는 행위는 숨을 내쉬는 행위다. 페이스북은 꽤 훌륭한 글쓰기 연습장이 될 수 있다. 물론 SNS에 긴 글을 남기지 말라는 충고하는 사람도 많지만 트위터처럼 애초에 게시물의 길이가 정해지지 않은 이상 자신만의 호흡으로 긴 글을 남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무리 길어도 글의 내용이 좋으면 독자(페친)들은 주목을 하고 읽는다. 페이스북으로 글쓰기를 하는 또 다른 매력은 글쓰기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새하얀 백지에 미지의 독자를 향해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실시간으로 독자가 기다리는 자신의 타임라인에 글을 써나가는 일은 '창작의 고통'이 훨씬 덜하다.
페이스북을 글쓰기 연습장으로 삼음으로써 얻는 가장 큰 이득은 즉각적인 독자의 피드백이다. 하다못해 페친들이 맞춤법을 하나 지적해주어도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 의외로 많은 베스트셀러가 사실 페이스북의 연재 글을 책으로 묶은 경우에 해당된다. 베스트셀러도 주목받지도 않았지만 필자가 출간한 가족 간의 재미난 에피소드를 다룬 <그래도 명랑하라, 아저씨!>도 사실 내용의 대부분이 페이스북에 연재를 했고 많은 페친의 격려와 피드백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책읽기를 더욱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클럽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클럽이 있지만 <페친의 책장 https://www.facebook.com/friendbookshelf>을 추천한다. <페친의 책장>을 추천하는 이유가 되는 독서의 상황이 두 가지가 있는데 이들을 먼저 말하는 것이 좋겠다.
서평이나 거창한 소개로 명사들의 책을 소개 받아서 사면 의외로 실패의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책이라는 것도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 때문에 명사가 추천한 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에게도 재미나거나 감동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거나 선물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그리고 애서가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나만의 바로미터가 있는데 티비에서 인터뷰할 때 그 사람의 발언이나 인물보다는 배경으로 주로 나오는 책장에 어떤 책이 꽂혀 있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은 애서가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 애서가들의 타인의 책장을 훔쳐보는 취미는 영원한 불치병이다. 많은 책 중에서 한두 권을 꺼내들고 추천하는 것은 의례적이고 다소 가식적이기까지 한데 의도치 않게 드러나는 책꽃이의 책들의 면면은 그 사람의 독서의 취향이다. 페이스북 독서클럽 <페친의 책장>은 위의 두가지 독서가들의 애로사항과 호기심을 잘 충족시켜준다.
특별히 어떤 책을 추천하려는 의도가 없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의 책장을 공개한다. 다른 사람의 책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독서가들에게 은밀한 또다른 취미생활이다. 즐겁고 또 즐겁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책장을 많이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책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렇게 해서 장만한 책은 실패의 확률이 의외로 낮다. 많은 사람의 책장을 살펴보면 독서 트랜드도 눈에 들어오고, 자생적인 책 고르기 능력이 갖춰지기 마련이다.
<페친의 책장>은 근거지가 인터넷이지만 오프라인의 독서모임도 매주 가지는데 이게 또 매력이 넘치는 독서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조용한 찻집에서 만나 말 그대로 '천천히 자유롭게' 각자의 책을 읽는 모임이다. 정해진 규칙은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 말기'가 유일하다. 정해진 책도 없고, 매주 참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게 각자 읽고 싶은 책을 2시간 동안 읽은 후, 읽은 책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다른 회원들과 공유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간식을 먹고 헤어진다. 독서라는 것도 즐거워야 하는 취미생활인데 너무 엄격하고 엄숙한 프로그램은 오히려 독서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페친의 책장>의 <느리게 읽기>는 얽매이기 싫어하지만 좀 더 밀도 있는 독서를 즐기기를 원하는 독서가에게 금상첨화 같은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