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너무 감동적으로 읽어서 내친김에 카이절링의 <파도>라는 독일 소설에 도전했다가 쓴맛을 맛봤다. 우울하고 섬세한 감정 묘사가 소설 내내 이어지는 데 없던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아서 다 읽은 책을 바로 버릴려다 간신히 참았다. 내 서재에 두면 제목만 봐도 우울한 기운이 맴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 배송하러 온 세권의 책은 재미날 것 같아서 기대된다.
서머싯 몸의 작품은 거의 다 읽어봤는데 <케이크와 맥주>는 아직이다. 재미 하나는 보장하는 작가니 독일 문학으로 지킨 심신을 좀 달래야겠다. <남아 있는 나날>은 영화로 먼저 보았는데 잔잔하고 여운이 남는 소설이라니 기대가 크다. <실크 스타킹 한 켤레>는 제목이 눈에 띄어서 골랐다. 여성 작가의 작품 모음집은 난생처음 읽어보는데 ‘재미나다’고 해서 주문했다. 이 소설집에 케이트 쇼팽의 작품이 실려있어서 반가웠다. 대학원 시절 The awakening을 강독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좋았다.
넓고 광활한 캠퍼스를 맘껏 산책하고 놀고 싶어서 간 대학원인데 강의실과 숙소만 왕복했는데도 그때 그 교실, 교수님, 교우분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그립다. The awakening을 우리 땐 ‘각성’이라고 번역했는데 요샌 ‘깨어남’이라고 번역하는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페미니즘 소설의 원조 격이라고 할까. 그러고보니 당시만 해도 소위 폐미니즘이란 용어 자체가 낯설던 시절이었다. 그저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애처가’정도를 의미하는 용어가 가끔 사용되었을 뿐. 케이트 쇼팽을 강의한 교수님은 퇴임을 앞둔 노교수님이셨는데 시대를 앞서간 분이셨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