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0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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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독일 문학이 독일 사람의 성향을 닮은 것처럼 지루하고 딱딱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토마스 만이 쓰고 홍성광 선생이 번역한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을 읽는다면 독일 문학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진지함이 매혹으로 다가오리라 확신한다. 중편 소설이지만 소설 전체를 암기하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치민다. 이건 마치 주인공 아센바흐가 흠모한 미소년 타치오에 대한 사랑에 버금가는 추앙에 가깝다. 길지 않은 중편이지만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아름다움과 통찰은 수십권의 대작에 뒤지지 않는다. 소설 전체가 한편의 아름다운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자아와 유럽적인 영혼이 그에게 부여한 과제에 너무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창작에 대한 의무감에 지나치게 압박을 받고 있어서 기분 전환하는 일을 너무 싫어했다. 그는 다채로운 외부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293쪽> 이 부분을 읽고 내가 그토록 여행을 싫어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열정적이고 무조건적인 젊은 세대를 사로잡으려면 문제성이 있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에센바흐는 어느 젊은이 못지않게 문제성이 많았고 무조건적이었다. 그는 정신의 노예가 되어 인식을 남용하였고, 종자로 쓰일 곡물을 찧어 가루로 만들었으며, 비밀을 누설하였고, 재능을 의심하였으며, 예술을 배반하였다. 303쪽> 젊은 친구를 이해하는 가장 공감이 되는 통찰!


<고독은 우리 안에 있는 독창성을 무르익게 하고 대담하고도 낯설게 하여 아름다움과 시를 낳게 한다. 321쪽> 이래서 유형 생활을 하던 도스토옙스키가 단 10분간만이라도 혼자 있을 자유가 없는 것을 가장 괴로워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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