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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 - 어느 의사의 고백
로버트 S.멘델존 지음, 남점순 옮김, 박문일 감수 / 문예출판사 / 2000년 12월
평점 :
현대의학종교 이단자의 고백 - 이것은 이 책의 원제이다.
이 선정적인 제목이 물리적인 면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 의학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와 환자와 의사는 계속 물리적인 문제들을 놓고
비난이나 변명의 공세를 펼치고 있음이 심히 안타깝다.
하물며
감수자인 의학박사가 책 뒤에 쓴 후기는 쪼잔함을 지나치게 드러내서
그 변명을 들어주기가 인상찌푸려진다.
처음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라는 것을 읽어보았다.
그리고 망상하기를, 현대 의사들은 의학,의료교육을 졸업함과 동시에
그 선서 내용중에서
- 나의 은사에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생각하겠노라
이 두가지만을 뇌리에 남겨두고 다른 것은 몽땅 잊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나는 현대의학의 여러방면에서 기술적인 면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기술이 완벽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니며 그 완벽이란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단지 그 사실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인류 봉사"를
"최첨단 의료기술의 발전을 통한 인류 봉사"로 의사들이 착각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의사들이 너무 똑똑한 나머지 좌뇌 주름만 쭈글쭈글 잡혀있어 우뇌의 훈련이 필요하다면
오래되서 고리타분한 고대 서양의 다짐을 우주 밖에 갖다 버리고
차라리 아래의 다섯가지 계명을 요약하여 아침 진찰 전에 한번씩 읽도록 하는 법률을 만들면 어떨까.
이 다섯 가지 계명은 17세기 초 중국의 '첸 시쿵'이라는 의사가 만든 '다섯 가지 계명과 열 가지 수칙' 중에서 다섯 가지 계명만을 번역한 것으로서 당시 의사의 윤리적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1. 의사는 환자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환자의 요구에 응할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든 환자는 동등하게 치료받아야 하며 의사는 경제적이 보상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의사들의 양심은 유지될 것이며 의업은 날로 번창할 것이다.
2. 의사가 숙녀, 과부, 수녀와 같은 여성환자를 방문해야 할 경우 혼자 방문하지 말 것이며 보조자와 함께 방문해야 한다. 여성의 은밀한 곳을 검사하고자 할 때에는 바른 태도로 하여야 할 것이며 의사 자신의 부인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에게도 이 환자의 신체부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3. 의사는 약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진주라던가 금과 같은 귀중한 물건 등을 보내도록 요청하여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오해를 없애기 위하여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탐내는 것은 옳지 못하다.
4. 의사는 산책이나 음주를 위하여 진료실을 비워서는 안 된다. 환자는 자세히 그리고 인격적으로 진찰 받아야 하며 처방은 공인된 처방에 의하여 행해져야 한다. 이렇지 못할 경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5. 창녀를 진찰할 경우이거나 좋은 집안의 자녀를 진찰할 경우이거나 같은 태도로 하여야 하며 가난한 사람에게도 최선의 진료를 베풀어야 한다. 환자를 비웃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의사의 권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진찰이 끝난 후에는 신속히 환자의 집을 떠나야 한다.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 방문회수를 줄임으로써 온당하지 못한 것을 요구한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책을 통해 물리적 상황, 통계, 실례를 든 일화에 대한 사소한 의심 분노등은 너그러이 넘기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인간애의 회복을 되새기며
이를 바탕으로 의사와 환자간에 상호 신뢰와 존중이
의료계에 따뜻하게 넘칠 수 있는 사회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