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람 팍스의 평화를 위한 블로그
살람 팍스 지음, 김성균 옮김 / 한숲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문명 - 인간의 손끝에서 나온 무수한 유형.무형의 창조물들은, 특히 현대에 있어서는 어떤 위험이나 문제점을 그 본질속에 반드시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데 이를 부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래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어느 정도 밀려난 정보화 사회의 문제점 -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와 아이러니하게도 익명성으로 인한 폐해가 함께 거론되었었고 정보의 조작과 정보 공유의 불평등, 현실과 가상공간 사이의 혼동등 당시에는 정말 낯설고 대처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지적되었었다.
이런 와중에서 인터넷이라는 문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위험과 문제들이 예상했던 정도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긍정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해본다. 그 한 가지 예로 살람 팍스라는 네티즌이 일으킨 자그마한 화제를 들 수 있겠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20대의 성실하고 감수성 풍부한 필명이 살람 팍스라는 한 청년 블로거 덕분에 우리는 그의 글을 통해 서방세계에 의해 조작된 정보가 아닌 현지인의 심정과 시각을 조금이나마 실시간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비록 그가 사는 지역에서의 생활로 한정 되어 있었지만 서방 언론보다 빠르거나 또는 다른 내용의 이라크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살람 팍스는 실존 여부를 의심받는 메일을 많이 받았다. 나라면 그런 것을 묻는 메일을 보내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기록한 내용들에서 크기를 확대하거나 감추거나 모략을 위한 목적인 듯한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으며 그의 생각들은 충분히 표현되고 발언될 수 있을만한 시대에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대내외의 문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세력들에 대해 사람들은 정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과 “상한 우유”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있었고 심한 빈부격차 때문에 빈자에 속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의와 미래,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으며 언론은 말도 안되게 날조되었다. 천연 자원에 대한 탐욕으로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강대국과 사태파악을 못하는 허울좋은 명분뿐인 국제 자원봉사자들은 머리도 마음도 비었으며 국제기구의 잔인한 제재조치들은 선한 국민들을 죽음과 질병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선진국 국민인 일부 블로거들은 이런 상황에 놓인 이라크에 사는 살람 팍스에게 “우리가 시키는대로 하라.”라는 황당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실의 가장 중요한 barometer와 해결방법은 현재 바로 그 곳에 있는 그 사람들이 그들 자신을 위해 측정하고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 멀리서 잘 알지도 못하는 외부사람들이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단지 물질적 도움이나 정신적 응원이면 충분할터, 저러한 거만한 태도의 메시지는 평화를 방해할 뿐이리라.
“파견”이나 “지원”이 아닌 “파병”문제가 아직도 심각하게 논쟁이 되고 있는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그 결정을 위한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맞춤법이나 오자, 탈자가 많은 것이 출판사의 성실성에 대한 신뢰도를 낮춘 아쉬운 점을 좋은 책 내용이 약간 벌충한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존재를 통해 아직도 개인이라는 요소는 유효하고 의미있는 존재라는 것과 현실에서든 가상에서든 진실 소통의 가능성을 그가 증명했다는 것에 특히 나는 주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