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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 1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작년 월드컵에서 4강을 했을때는 놀라움때문에 관심을 가졌었다. 히딩크 감독(역시 관심없어서 여전히 성만 알지 이름도 모른다.)에 대한 언론의 평가중 가장 내 눈에 띄는 것은, "학연과 지연등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으로만 출전 선수를 선발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라는 것이었다. (그동안의 한국 스포츠계가 어땠을지 짐작이 되는 저런 멘트를, 반성하는 기미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비리가 당연한듯 방송해대는 한국언론의 뻔뻔스러움과 무신경에 대해선 두손두발 다 들었다.) 여하간에 , 박노자의 이 책이 주목을 끄는 요소는 사실 그 문체, 내용, 한국사에 대한 저자의 해박함 보다는 어떤 특정한 사고방식, 의견과 생각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깨닫고 있는지 어떤지 모르겠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을, 내 입장에선 두 가지 정도로 본다. 하나는, 진실과 불의를 마음과 몸으로 느낄 줄 아는 저자의 도덕과 양심이고 다른 하나는 저자가 한국에 어떤 연고나 지연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홍세화씨는 서평에서 "이방인의 눈을 가졌으나.."라고 말했는데, 나는 이 문장에 피식하고 웃었다. 이방인의 눈을 가져야만 한국 사회의 황당함을 보고 깨닫고 캐내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그런 인물은 많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과거의 군부독재하에서야 목숨부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내키지 않는 너그러움으로 봐주더라도) 대통령을 국민의 직접투표로 뽑는 1990년대 이후에도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외침과 실천을 대할 수 있는 장면은 별로 없었다. 저자는 "한국을 사랑하지만 떠나야 한다는.."것을 고백하고 있다. 난 개인적으로 저 말에 무척 동감이 갔다. 그리고 저자는 한국국적을 취득한 채 노르웨이로 갔다. 그 역시 아무런 연고가 한국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해를 못하거나 말리는데 대부분 [연고]의 이유를 댔다. 정말 고루하고 갑갑하다. 그 숨막힘은, 이 책에서 지적한 모든 전근대적 체제가, 이 빌어먹을 놈의 단일민족 국가에서는 전복될 가능성이 너무 요원하다는 절망만 내 안에서 더 커져가게 할 뿐이었다. 살기 좋은 사회는, 구성원 하나하나의 마음, 머리, 행동이 만들어 나갈수 있다고 본다. 체제나 제도는 그 구성원들의 결정과 실천을 돕는 수단이나 전략일뿐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사람들 각자가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추스릴 수 있는, 그리하여 자율적이고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