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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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가끔 어떤 사람들이 [변신]을 읽었느냐고 물어 온적이 몇번 있는데, 그때마다 난 안읽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10년도 더 이전 충분한 이해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성]을 쓴 작가의 유명한 작품을 읽지 않은것에 대해 카프카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곤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난 그 유명한 작품 [변신]을 읽었다.  성격이 비뚤어진 나로서는 변신을 손에 들자마자(다 읽지도 않고) 왜 이 작품이 그렇게 유명했는지 이해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소설 [변신]은 읽었으나, 길고 막막한 내용의 [성]엔 손을 대지 않았고, 당연히 그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내용엔 [성]이 제외되었던 것이며 그리하여 [성]보다 [변신]이 더 유명해졌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책을 덮고 나서 [변신]을 먼저 읽지 않고 [성]을 먼저 읽은것에 대해 카프카는 나에게 칭찬을 해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어 숙인 고개를 약간은 들수 있게 되었다.  [변신] 한 작품 혹은 이것과 다른 단편들만으로는 카프카 문학에서 드러나는 “막막함”을 이해할수 없다.  단편 소설에 있어서는 “막막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그의 “막막하고 아득함”은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면서도 달라질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반복적으로 좌절되는-제자리에서 돌아가는 쳇바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장편에서야 진정으로 소설의 “주제”로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여하간 지금은 [변신]의 독후감을 쓰기로 한다.

  어느 시대에나 특히, 자본주의가 들어서면서 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가장이 자기 역할을 이행함에 있어서, 그가 아무리 성실했더라도 결과가 실패하면 지나친 비난을 받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실패한 결과”를 얘기함에 있어 과정이 성실했다는 전제조건을 말이다.  즉, 성실하지 못했다면 남녀노소 구별없이 그 어긋난 결과는 비난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가장은 그 가정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지키기 위해 그자신-개인을 희생한다.  그리고 그가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다른 가족이나 타인들은 눈치채지 못한다.  도대체 그들은 무슨 권리로!!  그리고 가장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또 가장 대부분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느라 정신없어서 자신이 희생을 당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그 잘난 유행소설 [아버지]를 읽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책의 표지도 들춰본적 없는 소설이다.  그리고 읽고 싶지도 않다.  뻔하지 않은가, IMF의 폭풍속에 표류하는 한국의 1990년대에 [아버지]라는 제목을 달고 히트해버린 소설은 하나의 조잡한 상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확률이 많다는것이라는 것 말이다. 

  그레고르는 더없이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으나, 이기적인 피부양자들은 그를 벌레로 만들어버렸다.  그는 아버지의 파산이후 가족들이 궁핍하지 않게 지낼 돈을 벌어다 줬으나 가족들 마음속에서 고마움은 사라지고 테이블 위에 놓여지는 충분한 돈은 그저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는 집안의 빚을 갚으려고 했고 누이를 음악학교에 보내려고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선 아무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족들 역시도 그에 대해선 아무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가 벌레가 되어 하찮게 죽든, 죽어라고 일을 하다가 죽든 그 죽음이 서로 뭐가 다른가. 

  내가 더 기가 막혔던 것은, 그가 벌레가 되면 가족들도 힘없이 죽어가겠지 했는데, 오히려 각자가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악한 가족은 그것을 알게 되는 대가로 가장의 목숨을 대신 내주었던 것이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때문에 난 분노했다.  그리고 자신의 핏줄을 부정하여 마음이 편해지려는 사악함에 또 분노했다.  그리고 가장 믿었던 존재인 누이가 가장 먼저 그를 포기하자고 했던 것에서는 역시나 인류로부터 어떤 희망도 품을수 없음을 슬퍼했다.  그리고 그 “희망없음”이 단지 “소설”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로 그치는게 아니라, 실제 내가 겪어왔던 현실과 일치한다는게 그야말로 막막하고 암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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