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겸허하게 우리 사고에 이를 합산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부조리에 부딪혀도 깨지지 않고, 이 지구를 웬만큼 살아봄직한 장소로 만들 채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무엇보다 이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해요.
우리 오성(性)은 실로 빈약하기 이를 데 없어서 가까스로 세상을 밝히고 있습니다. 오성의 빛이 가 닿는 어두컴컴한 지대엔 온갖 패러독스가 자리 잡고 있고요. 이 패러독스라는 도깨비가 마치 인간정신 바깥에 자리 잡고 있는 듯이 그것 ‘자체‘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도록 경계합시다. 아니면, 이건 한층 고약한 경우인데, 이 도깨비를유혹받기도 하고 피할 수도 있는 무슨 오류처럼 치부하는 착각에 빠지지 맙시다. 일말의 하자도 없는 이성적 기구를 관철하겠다는 시도 아래, 완고한 도덕의 틀 안에서 세계를 처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자는 얘깁니다. 왜냐하면 그 하자 없는 완벽함이야말로 그 같은 시도가 지닌 치명적 허구이며 어이없는 맹목의 표식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 P191
노련한 대가(大家)처럼 세상을 극복하려 했지, 세상과 맞붙어 괴로워하는 걸 원치 않았어요. 세상에 맞서 우월한 위치에 머물고 싶었지요. 숙련공처럼, 당황하는 법 없이 세상을 지배하려 했던 겁니다. -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