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덫 세미나리움 총서 1
한스 피터 마르틴 외 지음, 강수돌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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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지나 전개 그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 방법을 이용하여 비겁한 글이 될 수 있는 유형의 논지가 몇가지 있겠다.
식견이 좁은 나로서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양비론이고 하나는 절충론이다.
정치, 경제,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이 터질때마다 쏟아지는 비평과 분석, 칼럼들은
문제점을 짚어내어 "양심 있는 척"하려 하지만 이내 결론은 용두사미가 되고 만다.
자신의 입지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 식자들의 비겁하고 얄팍한 처세때문이다.
세계화가 무엇인지 아직도 헷갈린다면 읽어볼만한 책들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소꿉장난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에서 지면 갖고 있는 물건을 이긴사람에게 줘야 한다는 규칙을 세웠다.
한 아이가 많이 져서 이제는 소유한게 없다.
게임을 계속하고픈 그 아이는 예쁜 꽃이나 특이한 모양의 조약돌, 깨끗한 포장껍데기등을 주워모아 판돈(?)을 확보한다.
중국사회의 어마어마한 GDP가 저 아이가 한것과 같이 무소유의 자연물까지 모조리 금전으로 환산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유형의 것에 이어서 무형의 것도 모두 그 대상이겠다.
게임에서 가장 크게 이기고 있는 아이는 가장 많은 물건을 갖고 있게 되었다.
값나가지는 않지만 엄마한테 중요한 물건이라 돌려받고 싶은 다른 아이가
마지막 물건인 초콜릿을 주고 이긴 아이가 갖고 있는 자기 물건을 돌려받길 원하지만
이긴 아이는 초콜릿 열개를 원한다고 말한다. 초콜릿의 아이는 손을 털고 포기하고 만다. 게임 끝.
그러나 교활하게도 자본주의에선 이렇게 일찌기 끝났어야 할 게임을 끝나지 못하게 유도한다.
초콜릿 아이가 가버리면 다른 아이가 게임에 끼일테고
물건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게임을 계속할 수 있게게끔 자기 물건의 교환가치를 (높이되) 주위 아이들이 간신히 감당할 정도까지만 높인다 - 초콜릿 3개 정도로.
이제 초콜릿 3개는 지고 있는 아이들과 이기고 있는 아이에게 각각 그 체감적인 의미가 달라진다.

"세계화"라는 단어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필요없는 단어이다.
태어나서 걷고 먹고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 기르고 좋은 생각을 하고 동시에 그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살다가 명이 다해 죽는다.
여기에 세계화는 필요하지 않다.
세계화를 필요로하는 것은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줄 다수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거기에 휩쓸렸다. 그리고 많은 우리들은 세뇌되었다.

현재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펼쳐진 책처럼 읽히는 주의깊은 사람들에 의해 쉽게 설명된 이 책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제 오늘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해준다.

-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다국적기업들의 이익과 물가 상승률에 비해 왜 우리 임금과 소기업인 우리 회사 이윤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지,
- 다국적기업들의 이익이 "생산"에서 뿐만 아니라
-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천문학적으로 그 규모가 늘어나는지
- 그렇게 GNP나 GDP 가 늘어나는데 왜 국가는 복지정책을 축소하고
- 경제학자들이 설명하고 경제정책자들이 약속한 나눠먹을 파이는 커지지 않는지
- 우리 소득에 비해 너무 많이 걷힌 세금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소모되고 있는지
- 그리고 저 많은 것들이 의미하는바가 무엇인지...

등을 쉽고 흥미롭게 정확한 자료를 제시하며 폭로하고 있다.

여하간에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놓치면 안된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는 게임에 끼일 수 없고,
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면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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