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으면 좋겠다...

날이 덥다보니 이런 게으른 몽상도 해 보고 실없는 웃음만  피...식...

내가 세상에서 정말 제일 좋아하는 남자, 김동률...

그의 노래 "잔향"은 노을이 지는 그 시간 늘 내 귓전에서 맴돌다 이내 나직이 내 입가에서 새어나온다...

 

:: 김동률 사,곡    <잔향>

소리 없는 그대의 노래
귀를 막아도 은은해질 때
남모르게 삭혀온 눈물
다 게워내고
허기진 맘 채우러 불러보는
그대 이름

향기 없는 그대의 숨결
숨을 막아도 만연해질 때
하루하루 쌓아온 미련
다 털어내고
휑한 가슴 달래려 헤아리는
그대 얼굴

그 언젠가 해묵은 상처
다 아물어도
검게 그을린 내 맘에
그대의 눈물로 새싹이 푸르게 돋아나
그대의 숨결로 나무를 이루면
그때라도 내 사랑 받아주오
날 안아주오
단 하루라도
살아가게 해주오

......
사랑하오
얼어붙은 말
이내 메아리로
또 잦아들어 가네......

 

 

그러나 어느 순간 코끝이 찡하게 외로움이 몰려오면 눈물 겹게 아름다운 그의 듀엣곡 <기적>과 닭살스러운 또다른 듀엣곡 <욕심쟁이>도 흥얼거려본다. 항상 이소은 부분만...

그렇게 한 여름 애달픈 그리움은 깊어만 가누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희뿌연 미래와 숨막히는 망상만이 내 하늘위에 가득했던 그 시절

어느 해 여름엔가 나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를 무심히 지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을 힘겹게 쓸어내리고 허공으로 머리를 젖혀 가쁜 숨을 내쉬는 그 찰나,

나는 보았다.

널찍한 초록빛 나뭇잎 사이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눈부신 푸른 광선을...

플라타너스여,

너는 그때 아무 말 없이 내 조각난 꿈을 은빛 별들로 꿰맞추어 주고 있었다.

몽롱한 시야 깊숙히 넘실대는 초록 희망을 두눈 가득 담고서  

비로소 나는 너를 노래했단다.

플라타너스!

 

 

::: 김현승, 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놓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여전히 아픈 그 시절...

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뜻밖에 찾아온 환희의 순간에 놀라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머리 위의 하늘을 올려다 본적이 있다.

사는게 버겁고 걷는 것 조차 힘에 부치던 그 여름 날 오전,

나는 아찔하고 숨막히는 태양빛을 피해 플라터너스 나무 아래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가 지친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널찍한 플라터너스 잎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가 마냥 고마웠던 그 때 나는 축늘어진 어깨를 펴고 하늘 위로 뻗어오른 플라타너스를 물끄러미 올려다 보았다.

그 때였다.

내 손바닥보다도 훨씬 큰 플라타너스 나뭇잎 사이 사이 그 미세한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 빛,때마침 불어오는 살랑바람에 한바탕 스스스스 요동을 치는 나뭇잎 그 끝에서 터져나오는 은빛 햇살...

순간

번뜩이는 내 눈

이내

미어져오는 내 가슴

그랬다.

꿈을 포기하기엔

눈부신 하늘빛이 너무도 푸르렀고

그 하늘을 향한 초록빛 나뭇잎이 너무도 반짝였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그 하늘을 올려다 볼때 가장 근사하게 보는 방법 하나:

안경을 써야 모든게 선명하고 또렷하게 보이는 제게 시력이 나쁜 게 고마웠던 순간이 딱 한번 있었습니다.바로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그 순간이지요.

나뭇잎의 초록빛과 그 나뭇잎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하늘의 푸른빛과 그 하늘의 아침 햇살을 흠뻑 머금어버린 나뭇잎 끝에서 터져나오는 은빛이 서로 교차가 되고 스르르 번지어 얼마나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내던지요...안경을 쓰고 계신 분이라면 안경을 벗고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제가 했던 이 말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린왕자가 있는 그 별에 가고 싶은 것은 내 오랜 희망이다.

때론 사막 한 가운데서 어린왕자를 만났으면 하는 부질없는 꿈도 꾸어보고 꿈먹은 별들이 총총 박혀있는 까만 하늘 가운데 어린왕자가 사는 그 별을 하염없이 헤아려보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내 별,Lonestar 1111호에 돌아가는 길목에 어린왕자를 뜻밖에 만나면 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흥미로웠던 나들이었다 할까,고단한 여행이였다 할까 아님 경이로운 순례였다 할까.

어린왕자여... 가야할 길 모르는 낯선 이 지구별에서 그대를 애타게 찾고 있습니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겠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거든."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거지."

 


그대에게 길들여진 나를 책임지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한용운,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한용운, 꽃이 먼저 알아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서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라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팡이는 푸르고 푸른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 하고 앉았습니다.

꽃송이는 아침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 하였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속절없이 지는 꽃잎이

핑...고인 내 눈물때문에 두장도 되고 세장도 되고...

무심히 피어있는 꽃잎위로

뚝...하고 떨어진 내 눈물때문에 이슬이 맺힙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달빛아파트 14층 이곳 창밖에 하얀 솜털이 한가롭게 비행을 한다.

까닭없이 외로운 내 앞에 아른아른 거리다 이내 저 먼곳으로 유유히 달아나버린다.

 

 

::: 조지훈, 민들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距離)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