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운,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 한용운, 꽃이 먼저 알아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서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라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팡이는 푸르고 푸른 풀빛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꽃을 보고서, 행여 근심을 잊을까 하고 앉았습니다.

꽃송이는 아침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 하였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꽃이 먼저 알았습니다. 

 

 

속절없이 지는 꽃잎이

핑...고인 내 눈물때문에 두장도 되고 세장도 되고...

무심히 피어있는 꽃잎위로

뚝...하고 떨어진 내 눈물때문에 이슬이 맺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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