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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의 심리학 - 속마음을 읽는 신체언어 해독의 기술
토니야 레이맨 지음, 강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대화를 나눌 때든 연설을 할 때든 특유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전달력에 효과적일 수 있다. 억양이나 발음에 독창성을 발휘하는 것으로도 메시지를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고, 목소리나 성량을 달리하는 것으로도 타의 이목을 끌어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집중’은 만들어낼 수 있겠으나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예스’를 이끌어내고자 한다는 점이다. 이 책이 내미는 특정 지점은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많겠는가. ‘예스’를 꺼낼 수 있다는 심리학인데 말이다.
저자는 토니야 레이맨. 미국에서 인정받는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라고 한다. 매주 폭스 텔레비전을 비롯한 여러 미디어 매체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고정 해설자로 출연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월 스트리트 저널><타임><코스모폴리탄><플레이보이><위민스 헬스><퍼스트 포 위민>등 여러 잡지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에는 <왜 그녀는 다리를 꼬았을까 >가 있다.
책은 크게 4가지 파트로 나뉘어있다. 먼저 1장에서는 몸짓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전한다. 뇌에서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의 표현이 어떤 식으로 표정에서 이루어지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뇌의 반응은 우회적이므로 이 ‘마음줄’을 쥐기 위한 선로를 소개한다. 2장은 5가지 심리 전략을 통해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황해석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하는 것, 상대의 선호감각을 통해 대화하는 것, 자신에게 좋은 암시를 주는 것, 상대의 표정이나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하는 것, 긍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닻을 사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3장에서는 대화할 때 쓰이는 제스처, 얼굴 표정에 드러나는 심리적 속마음에 대해 일일이 설명한다. 또, 회사에서나 거래 시, 상사나 부하직원과 있을 때 효과적인 자리배치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준다. 4장에서는 중점적으로 ‘결과에서의 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언해 줄 점에 대해 말한다. 유대감, 이미지 연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준비, 자기 표현 등이 그 주제로 선정되었다.
저자에 조언에 따르면 이 세상에 써먹지 못할 것은 없다. 진정성도 써먹고, 미소도 눈물도 써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모도 가꿔야 성공할 수 있다. 허리와 엉덩이의 이상적인 비유를 말하면서 아름다운 사람이 더 연봉이 높다고 말한다. 걸음걸이도 자세도 외모관계도 중요하고 우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타인을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비하도 두려워하지 말고, 미끼를 추가해서 기대감을 높이고, 공동의 적을 찾아서 미워함으로써 유대감을 만들라는 말도 한다. ‘죄책감은 훌륭한 자극제다’라는 말까지.
중요한 것은, 나를 보여주면 안 된다. 그것을 위해 저자는 나를 들키지 않을 ’가면‘를 써야 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상대에게 날 읽히면 지는 것이다. 나는 가리고 상대만 읽어야 한다. 세상이 그렇다. 모르는 사람이 지는 게임 판이고, 때문에 상대보다는 더 많이 알아야 이겨먹을 수 있고, 남들보다 앞서 올라가려면 무엇이든 이용하고 어떻게든 수를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현대인은 목이 마르고, 관계 안에서 갈증이 나고, 불안하고, 우울하다. 그렇다면 그런 현대인의 심리를 더 깊게 이해하고, 만인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심리학’의 분야가 발달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지식을 아는 놈은 이용해 먹을 수 있다’하는 식으로 나서서, 심리학으로 심리를 꿰뚫어, 덜떨어진 사람 혹은 자기 심리를 보여줄 만큼 순수한 사람 등이나 처먹고 살라는 식으로 책을 쓴다면 이 사회가 누구에 의해서 더 건강해 질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사업이나 회사생활, 즉 계약관계나 타산적 관계 안에서는 도움이 된다. 사람 속을 읽어서 성공하고, 더 돈을 벌고, 내 쪽으로 이익을 가져오기 위해서 심리전이 있는 곳이라면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인격체로서 개인의 인생에 유익한 책은 아니다. 저자는 21일 계획을 세워 책 말미에 소개함으로써 꾸준한 연습과 개발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람이 저자가 간파하는 식으로만 사람을 대하고 만나고 늘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서 머리굴려가며 관계를 맺는다면 그것이 결코 건강한 사회나 인간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순수함의 관계를 맺어가야 할 청소년을에게는 필요악적 가르침이다.
이것이 지식인가, 혹은 진정한 학술로써의 가치를 지녔는가. 나는 세상에 닳고 닳은 여자가 더 약아빠지게 살 수 있도록 가르치는 술수라고 밖에는 표현하지 못하겠다. 이 책에서 유용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고 있고, 사람들은 남들을 저자가 일러준 대로 판단해 가며 일을 벌이며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이게 옳으냐는 것이다. 이게 권할 만하고, 책으로 낼만한 소재며, 그렇게 살지 않는 인생들에게 떳떳하게 내밀 수 있는 책이냐는 것이다.
저자가 가진 성공의 기준은 돈과 명예이다. 그것만을 원하는 사람은 저자의 조언대로 관계를 맺고 사업을 하고 계산적으로 행동해서, 얼마간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불행할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사람들을 읽어내는 만큼, 늘 자신도 그런 방식으로 분석 당할 수밖에 없고 그런 잣대에 갇혀 사는 인생이 빚어내는 삶의 그릇 또한 뻔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세상을 아는 방식은 아직 미숙하다. 왜 이런 말을 해서 자신의 미련함을 세상에 떠벌리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