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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유연하면 풀린다 - 당신의 관계에는 굳어진 패턴이 있다
클로에 마다네스 지음, 나혜목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가정의 달이다. 어떤 가정이든 모두 각 나름의 문제를 안고 산다. 그저 평온하기만 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구성원 모두가 안정과 행복을 누리기만 하는 가정이 있을까. 누군가 있다고 말한다면, 나는 그에게 먼저 조세핀 하트의 <데미지>를 읽고 오라고 말해 주고 싶다.
과거, 가정에 발생한 문제를 이겨내는 것은 모두 여자의 몫이었다. 여인이 실질적 가장이 되어 생계를 잇는 것으로, 또는 남편 측의 갖은 모욕과 멸시를 참고 견디는 것으로, 사회에 무능한 여자가 ‘인내와 독기’만 있으면 어떻게든 가정은 지킬 수 있었다. 물론 그 가족구성원이 겪은 근원적인 아픔이 치유되기는커녕 내적인 갈등과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의 지속이기는 할지라도 말이다.
현대사회의 가정은 봉착한 위기상황에 대해 극복할 내성이나 전략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사회에서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여성들이 굳이 집안에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참고 살아야 할’ 명분도 없을뿐더러, 예전만큼 가족의 해체 혹은 이혼이 개인의 인생에 큰 흠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경력이 있는 여배우가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으로 인정받을 때, 그 몸값이 우리나라 최고수준이라는 점을 예로 든다.)
이혼으로 인한 가정 해체도 많고, 해체 직전에 놓인 불행한 가정도 너무 많다. 위태위태하여 끼인각에 놓인 아이들만 불쌍한 경우를 우리는 쉽게 목도하고 있다. 마치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정신과 상담 몇 번 받으면, 가정의 평화가 쉽게 찾아올 것이라는 가시적인 해결, 그 단편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안타까운 사례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가정안에서의 관계 회복법’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두 갈래로 나뉜다. 어그러진 관계에 대한 원인분석이 첫 번째요, 그 해결책 제시가 두 번째다. 간결한 구성이다. 저자의 집필 목적과 그 중심흐름은 목차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책은 많은 인터뷰, 실험내용 등을 근거로 내세워 주장의 객관성과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
심리학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저자 또한 이 책에서 개인을, 즉 ‘나’의 변화를 유도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반대편에 서 있을 수 없었고, 민감하고 사적인 부분인 가정 안의 일이었기에 더 감정적으로 신중하고 깊이 있게 경청할 수 있었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 이것이 이 책이 다른 심리학서와 차별화되는 능력이다.
가정에서 겪은 상처와 불행으로 인해서 어려운 시기가 있었던 사람, 혹은 그 때문에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었거나 의도적인 불편함을 조성해본 사람은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많은 가르침과 행동지침들이 상당한 통찰력과 지혜, 곧 인간 심리에 대한 세심한 분석을 동반하고 있기에 독자들을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힘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심지어 아량도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다. 아량이 화를 돋울 수가 있다. 광용을 베푸는 것은 곧 상대방에게 도덕적으로 열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즉 상대를 동정받는 존재를 전락시키기 때문에 자연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p. 157)
문학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심리적인 고급 전술이다. 살면서 아량을 베풀어서 열등감을 심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조금씩 삶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인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셰익스피어가 문학에 끼친 영향력이 얼만할까. 지구상의 돌멩이 개수를 묻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질문이다. 이 책이 내가 끼친 영향력이 그에 견줄 만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볼 많은 심리학서를 깎아내릴 수 있는 원인이 될 책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그녀가 ‘관계’라는 부분에서 내게 주는 지혜와 통찰은 길지 않은 세상을 살 동안에 누적된 내 경험보다 훨씬 우월했다. 그래서 가정의 달,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힘든 많은 이들에게 꼭 건네주고 싶은 좋은 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