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반전쟁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하이디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어제는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제2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기지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기지보다 규모가 크고 정교하다’는 UN분석이 보도되었다. 오늘은 ‘주한미군이 1978년 고엽제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에 대량 매립한 사실’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안방에 앉아 태평하게 이런 뉴스를 보고 있는 요즘의 현실이 과연 전쟁과는 무관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처럼, 전쟁의 싹이 틔어 오르고 있을지라도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는 절대 모르고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에 우리는 지금 너무 바쁜 것 같다.



왜 바쁠까. ‘제3물결’이 각 개인의 삶에서 요동치고 있고, 그 들이닥치는 물결에 둥둥 떠다니며 제정신을 차리기도 만만치 않은 형국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제3물결’이 뭔가. 앨빈 토플러가 세운 저서제목이자 시대에 대한 명명이다. 쉽게 말해서, 역사의 혁명분기를 산업으로 대입하면, 1차 산업은 농업, 2차 산업은 공업, 3차 산업은 서비스업이다. 산업이라는 용어 대신 ‘물결’ 넣으면 쉽다. (개념이해차원으로써 동급 넣고 설명한 것이지, 물결이라는 언어는 사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포괄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 20세기 미래학자 중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포춘>의 편집장과, 코넬 대학의 객원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미래 쇼크><제3물결><권력이동><부의 미래><불황을 넘어서> 등 미래학에 관련된 도서들이고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았다. 아내 하이디 토플러 또한 미래학자로 여러 명예박사 학위가 있고, 사회사상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공화국 대통령 메달’를 수상한 바 있다. 지금은 두 부부 모두 집필과 강연으로 바쁘다. 1993년 작을 한국에서 재번역하여 출간하는 시점에서도 그들은 신경 써줄 겨를 없이 무척이나 바빴으리라.



책의 내용을 큼직하게 나눠본다. 일단은 문명의 역사, 즉 제1물결부터 제3물결의 변화에 따른 전쟁국면의 주목할 만한 양상들을 조리 있게 풀어놓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부와 지식의 축적’이라고 한다면, 제1물결에서 농업기반으로 다져진 부는 제2물결의 토대인 대량생산을 일궈내고, 축적된 기술과 진보된 지식으로 제3물결인 지식기반산업들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전쟁의 역사도 이와 맞물려서 흘렀다는 것이고 저자는 여러 사례들로 이를 입증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는 20세기말이다. 제2물결에서 제3물결로 넘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제3세계는 모두 대량살상무기나 핵시설에 골몰할 때였고, 2차 대전 주역들 특히 미국이 가장 앞서가는 확전대비책으로서 정보와 기술이 융합된 지식전략을 국방에 접목했다. 그러나 그 수준이 시작단계였기에 저자는 당시에 발명된 무기체계나 전쟁전략보다는 앞으로 발전할 과학적 수준과 그에 상응하는 부산물들이 자국의 안보와 타국의 감시에 뛰어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표제가 ‘전쟁 반전쟁’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저자의 논지는 이렇다. 세계는 점증적으로 ‘지식’이 접수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지식의 발전’이 일구어낸 많은 성과물들을 ‘전쟁’에 이용할 것인가, 반전쟁에 이용할 것인가. 또한 그 의지에 관계없이 미래가 ‘지식의 산물’로 인해 어떤 구도를 보이게 될 것이고, 거기에는 도사리고 있는 변수의 모양과 질량은 어떠한가.



말만 들어도 너무 방대하다. 이 책이 400페이지 조금 넘는데 종이 몇 백 장으로는 턱도 없는 주제이다. 저자 나름대로는 충실하게 다각도로 조명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인에게 다가가려고 무지하게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렇게 유식한 사람들이 이토록 복잡한 내용들을 이처럼 쉽게 풀어쓸 수 있다는 자체가 놀랍고 독자로서는 황송할 따름이다.



세계화를 넘어 초국화 되는 앞날에 다가 을 저자의 세계적인 관점을 보면서, 새삼 너무 국지적이고 한계성을 띤 나의 세계관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의 무자비한 공격을 당하면서도 몇 달만 지나면 금세 전쟁에 관해 ‘지엽적’인 시선을 보내게 된다는 것도 깨닫는다. 이 책은 불안정한 ‘제3물결’의 피동사가 되고 있는 인류에게 따끔한 자극을 주고, 그동안의 전쟁의 역사를 깊이 파고듦으로써 거둘 수 있는 많은 양분을 자상하게 나누고 있다. 지금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으로 ‘어수룩한 시대의 방종’을 만끽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각성의 종을 울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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