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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는 틀렸다 -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서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지음, 박형준 옮김 / 동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GDP 2만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말을 국가성장의 푯대 삼듯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코스피 2000선에 올랐다고 내 주식 값이 꼭 오르는 것도 아니고, OECD 10위권 안에 있다고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수치에 따라 ‘번영을 닮은 색다른 시대’가 온다고 기대하며, 물가 외의 지수는 다 오르기만을 기대한다.

이 책, 왜 GDP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일까? GDP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사용처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GDP는 그냥 GDP일 뿐, 그것이 국내총생산 이상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는 GDP를 세계경제수준의 기축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요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안논의를 위해 이 보고서가 책으로 발간되었다.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가 현존하는 GDP통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느끼고, 위원회를 발족시킨다. ‘경제 실적과 사회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족되어 내민 보고서는 조지프 스티글리츠를 필두로 하여 아마르티아 센과 장 폴 피투시가 공동 집필하였다. 스타글리츠와 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고, 피투시는 프랑스 경제분석연구소 소상으로 있다.

책은 머리말부터 명확한 집필 목적과 논의 쟁점을 밝히고 있다. 덧붙여 이 보고서가 문제제기로 논의에 대한 노력촉구의 일환이지 완전한 해결책 제시는 아니라는 방어력도 보이고 있다. 1장부터 계량시스템의 중심이 생산에서 행복으로 이동해야 함을 주장한다. 행복지표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통계시스템 확립을 위해 10가지의 권고사항을 든다.

2장에서는 GDP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고, 고려사항들을 내밀어 여러 방안을 강구하되 그 측정의 어려움을 같이 토로한다.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여가선용의 통계수치를 국가간 소득수준 비교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3장은 삶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와 그 한계를 지적하고, 관련 권고사항 5가지를 든다. 4장은 지속 가능성을 측정하는 4가지 지수를 소개하고 그 문제점과 보안에 요구되는 과제요소들을 논한다.

책은 보고서를 옮겼기 때문에, 잡설이 없고 명료하며 문제점 분석과 대안주장이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다. 그러나 일반 독자에게 보고서 형식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은 자칫 관련주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뤘기 때문에 중복된 내용언급이 많아 지루할 수 있고, 구성과 문체가 딱딱하기 때문에 표제 이상의 흥미유발에 실패할 가능성이 보인다.

계측시스템과 계량 방식을 비롯한 세계적인 지표들의 각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는 점에서 ‘GDP의 사용이 과대포장 되었다’는 주제의 유기적인 문제점을 잘 꼬집고 있다. 이들의 예리하고 다각적인 분석에 힘을 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경제측정지표로 삼기에 부적합한 GDP를 버리고, 저자가 언급한 바, 경제와 맞물린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계량할 수 있는 새로운 잣대가 출현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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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패트릭 로스퍼스의 <바람의 이름>을 통해 만난 크보스라는 소년기는 참 인상 깊었다. 고독과 가난, 공포와 불안이 점철된 처절한 성장기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뿜어져 나오는 판타지는 광범위하고 신비성이 강조되며 정련에 의존적인 성격을 띤다. 이 작품에 바로 이어서 읽은 판타지 소설이 ‘소년시대’였다. 같은 장르임에도 색깔과 맛 질감 모두 판이하게 달랐다. 그나마 공통부모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두 소설의 소년 모두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영리했다는 것 정도.



저자는 로버트 매케먼이다. 1978년 로 데뷔했다. 1987년 <스완송>을 발표하여 브램스토커상을 수상했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외에 등의 저서가 있고, 지금까지 발표한 16권의 작품 중 10권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 <소년시대>는 브램 스토커상과 월드 판타지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위업을 달성했고 세계 17개국 언어로 출간되었다. 또 하나의 걸작 <스완송>은 검은숲에서 6월 말에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고대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라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이다. 생활이 넉넉지는 않지만 단란한 가정의 외아들로 11살에서 12살로 넘어가는 시기를 살고 있다. 책을 좋아하고, 그만큼 상상력과 연상이 풍부하나 연산에는 젬병이고, 글 쓰는 것을 잘한다. 이상한 괴물잡지를 모으고 있으며, 상황판단이 빠르고 신중하다. 본성이 착하고, 어른스럽다.



시대는 1964년이고 배경은 제퍼라는 평온한 동네였다. 작가가 일 벌이기전까지는. 큰 호수에는 괴물이 산다. 미친 원숭이가 날뛰고 있다.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백 여섯 살 된 흑인 귀부인이 산다. 100남쪽에는 흑인거주지가 따로 있고, 위쪽으로는 백인이 거주한다. 코리의 아빠는 우유배달부를 한다. 살면서 이런 저런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이 아버지에게 정신적으로 결정적인 상흔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이 소설에서 가장 큰 소재로서 굵은 맥을 잇는다.



소설은 1년을 사계절로 나누어 색감 있는 묘사로 정겹게 진행된다. 어린이의 시선이 얼마나 곱고 반짝이는지 은유와 직유가 버무려져 주인공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위트 있는 생기를 불어넣는다. 소설의 구절구절이 어찌나 문학적인지 가슴 설레며 진정으로 감탄해 마지않았다. 작가의 언어적 역량도 대단하지만, 한국 정서에 맞추어 멋스럽게 풀어낸 역자에게도 혀를 내두르게 된다.



코리와 그의 친구들이 고도와 고다 형제에게 받는 괴롭힘을 통해 소년이 가진 우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딱 그때에만 누리는 풍요로운 사유와 그 자유가 부러웠다. 그리고 어린 소년의 생각을 빌려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에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불만과 분노로 가득한 어린 야만인보다 잔인한 것도 세상에 없다. 비업하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심하다. (p. 274)



세상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최고의 것을 믿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최악의 것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p. 312)



그때 나는 깨달았다. 감옥이 꼭 감시탑과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회색 벽돌 건물인 것만은 아니구나. (…) 사실 안에 붙잡혀 갇혀 있는 것을 직접 보기 전에는 거기가 감옥인 줄도 모를 수밖에 없다. (p. 331)



코리의 기지와 그 예민한 감각이 여러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한다.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간편하게 ‘크고 작은 사건’이라 압축할 수 있겠지만, 어린 아이의 입장에서는 눈앞에 벌어지는 모든 사건이 다 쭈뼛하고 얼얼하고 충격적이다. 그래서 독자 또한 코리가 소리를 내는 모든 곳에 집중하게 된다. 읽어나갈수록 몰입도가 좋은 책이다. 계속 소년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재밌고 흥미로우며 경쾌한 소설이다. 따뜻함이 진하게 배어있고, 독자를 꽉 붙드는 지혜도 있었다. 허나 조금은 억지스러운 상황설정이나 불필요한 판타지 요소들에 애먼 웃음이 일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나의 어린 시절 감수성을 끄집어내며 그것을 흔들고 꼬집어 깊은 내적소리를 듣게 할 수 있는 힘 있는 작품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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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3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대학보다 더 중요한 그의 숙적을 찾아 나서는 편. 3권. 챈들리언이라고 하는 원수가 하루아침에 그의 부모와 극단 전체를 불태워 죽였다. 그 때 피어오르던 불은 푸른빛. 그의 우두머리는 핼리액스라는 두 가지 단서를 가지고. 마음먹은 계기는 이렇다. 임레에 가서 앰브로즈가 고용한 강도에게 당했고, 여관에서 두 남자의 대화를 듣게 된다. 어느 남쪽 동네에 결혼식이 있었는데, 어느 무리가 쳐들어와서 살육난장판이 되고, 푸른빛의 불로 다 태워버렸다는 것.



챈들리언의 짓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그는 그곳에 가기로 한다. 일단, 다시 그 데비라는 사채업자에게 가서 거액을 빌린다. 말을 구입하고, 보로릴(원래는 보로힐)로 가서 말을 되팔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거기서 뜻밖에도 데나를 만나고, 데나의 후원자를 찾기 위해, 챈들리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둘은 동행한다.



올라간 산에서 돼지 치는 노인을 만나 끼니를 해결하고, 야영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자는데. 나무가 뽑히고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가까스로 피신한다. 알고 보니 그 짐승은 드라쿠스라는 200년된 거대짐승이었다. 5톤이나 나가는 초식동물인데, 입에서 푸른 불을 내뿜는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마약제조를 위한 오두막과 그 나무를 봤고, 드라쿠스가 그 마약에 중독된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짐승이 마약나무를 다 먹고, 마을에 내려오지 않게 하기 위해 죽일 결심을 하고, 마약과 모닥불을 이용해 일을 꾸미지만 뒤틀린다. 마침 추수감사절이어서 온 동네가 불을 켜고 있었는데, 마약먹고 흥분한 짐승이 마을로 내려가고 크보스는 세 번의 공명술을 사용해 가까스로 상황을 해결한다.



사랑하는 데나와는 헤어졌고, 임레에서 앰브로즈를 만난다. 그는 크보스의 류트로 망가뜨린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람의 이름’을 불러 앰브로즈를 다치게 한다. 이 일로 그는 6대의 채찍을 당해야 하지만, 렐라로 승급하게 된다. 바람의 이름은 어떻게 알았을까? 명명학 교수 엘로딘은 그것을 ‘잠든 정신이 이름을 말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넌 바람을 불렀고, 바람은 부름에 응했어.” (p. 296)

“우리는 누구나 두 개의 정신을 갖고 있다는 게 바로 답이다. 깨어 있는 정신과 잠든 정신. 깨어 있는 정신은 생각하고 말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을 하지. 그런데 잠든 정신은 훨씬 강력해서 만물의 정수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 (…) 잠든 정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우리가 직관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지. (…) 깨어있는 정신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잠든 정신은 이미 알고 있는 거란다.” (p. 297)



그리고 결말은 당연히 여관 주인 크보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끝맺게 된다. 흐름은 좋았으나 기대만큼의 끝처리는 아니었다. 다만, 품격 있는 에필로그만이 독자의 아쉬운 감성을 달래줄 뿐이다.



한 소년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경지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들을 알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의 청년기가 궁금하다. 저자는 계속해서 ‘현자의 두려움’, ‘돌의 문’이라는 판타지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그 책들을 기대하는 것만이 지금으로서는 크보스와의 헤어짐을 달래는 유일한 길이라 하겠다.



매력적인 소년이었다. 그러나 여관주인이 된 그에게서는 그닥 매력적인 인간임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사람은 다 그렇게 되어가나보다. 소년시절에 품었던 그 재기발랄한 목표가 다 소진되어 세월만 먹고 있는 그에게서도 또한 깊고 진한 침묵만이 남았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가 느긋하게 잘라낸 꽃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소리처럼. (p. 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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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2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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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은 본격적으로 크보스의 대학생활이 시작된다. 험난한 대학생활은 돈 없는 가난한 처지이기에 그 절박성을 더한다. 마치 지금의 ‘반값 등록금’투쟁을 하고 있는 이들의 절박함을 이 소년한테서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입학시험은 8명의 교수 앞에서 문답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시험을 칠 때, 땡전 한 푼 없는 그는 방대한 지식의 막힘없는 구술과 특유의 기지로 등록금은커녕 소정의 돈을 받고 입학한다.



시먼과 윌럼이라는 좋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귀족자제인 앰브로즈와 헴교수라는 적을 두게 된다. 볼 때마다 응당거릴 수밖에 없는 사이는, 후에 그를 위험한 처지에 몰아넣는다. 우선, 입학하자마자 헴교수의 수업에서 공명술로 헴교수를 망신시킨 그는 공개적으로 채찍 두 대를 맞는다. 하지만 갓 입학한 신입생으로는 경이적인 속도로 대신비 과정에 들어가는 계기가 된다.



많은 과목을 섭렵하기 위해, 여러 교수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한다. 앰브로즈의 모략으로 문서관(학교 도서관)에서 쫓겨난 그는 앞으로의 공부와 떨어져가는 돈이 막막하여 시내 ‘임레’로 나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다. 그 돈으로 류트를 사고, 잠 안자고 연습하여 유명카페에 들어가 음악가로서 인정받는다. 그것으로 일단 등록금을 벌 수단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앰브로즈가 자신의 신분 권력으로 쉽게 방해한다.



킬빈 교수의 작업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철과 관련된 공명술을 배우고, 견습생으로 램프를 만든다. 그리고 그가 만든 솜씨 좋은 램프로 일찍 견습생과정도 통과한다. 며칠 뒤, 작업장에 큰 불이 났고 그가 공명술로 강화유리를 깨고 불속을 헤집고 들어가 ‘펠라’라는 여선배를 구출해 낸다. 이 일로 그는 또 한 번 영웅이 된다.



임레에서 아리따운 여인 ‘데나’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학교 지하도에 숨어사는 아우리를 발견하고 어렵사리 친구가 된다. 사채업자인 쫓겨난 학교 여선배 데비도 크보스에게 적극적인 호감을 표한다. 펠라 또한 그의 영웅 크보스에게 비싼 망토를 선물하며 마음을 보인다. 여자 복도 많은 크보스. 음악 할 겸 데나 볼 겸 임레에 뻔질나게 쏘다닌다.



그가 대학을 다녀도 그는 아직 한참 미성년자인데, 술 먹는 장면이 물 마시는 장면보다 많이 등장한다. 너무 어른같이 술집에서 술 먹고 다니는 거 하며, 카페에 공짜 술 달아놨다가 야금야금 뜯어먹는 요령에, 대학생이라고 미성년자한테 대출해 주는 대부업자하며, 판타지답게 정말 말 안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생경한 단어, 그런 화폐와 날짜 단위 같은 것이 많지만, 복잡하지 않아서 읽는 속도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 교수는 하나같이 그에게 ‘인내와 침착성’을 요구하지만 그가 유달리 경망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러니 저자는 독자에게 ‘인내와 침착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2권을 읽기도 전에 3권을 미리 샀다. 이런 소설은 맥이 끊기면 심란해 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판타지 소설 특유의 매력이라기보다, 주인공이 겪는 많은 상황 속에서 저자는 주인공의 실제적인 심리동향을 보다 진지하게 내포하고 있다. 동떨어지지 않게 엮어진 끈들로 공감대를 사는 면이 탁월하다. 계속적으로 이어나가는 이 소설의 맥락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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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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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두운 숲의 공간에서, 몸에 각 제대로 잡힌 슬림한 빨간 머리 남자가 진갈색 천을 휘두른 채 위태하게 서 있다. 그의 존재로 인해 내 뿜는 광채는 신비하다 못해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상처가 깊은 듯 얼굴은 창백하고, 뿜어내는 정서는 어둡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흰 꽃들의 상태를 볼 때, 표지 속 바람은 오직 그에게만 부는 것 같다. 표지부터 신선하고 호기심을 자아냄으로 매력적인 판타지의 세계를 자신하는 듯하다.
 
저자는 패트릭 로스퍼스.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강사로 일한다. 이 소설은 그가 7년여를 공들인 작품이다. 여러 출판사의 거절 끝에 2007DAW출판사에서 겨우 출간했고, 단번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퀼 상, ‘퍼블리셔스 위클리주관 올해 최고의 소설 상, 아마존 닷컴 최고의 책, 미국 도서관협회 알렉스 상을 수상했고, 2008년 로커스 상 후보작이었다.
 
웨이스톤 여관 주인은 빨간 머리의 남자. 보기보다는 나이가 많은 그의 이름은 크보스. 어느 날 그 동네에 시커먼 대형 거미의 모습을 한 악마가 출현한다. 이 거미무리를 내쫓기 위해 들어간 처소에서 유명연대기작가를 만난다. 거미와 싸우느라 둘다 부상이 심했고, 여관으로 돌아와 작가는 크보스의 정체를 알아본다. 그리고 크보스의 일대기를 쓰고자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액자식 구성으로 시대전환이 순발력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 크보스는 영국유랑극단 단장의 아들로 태어나 살아있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애번시라는 신비술사에게서 과학과 연금술에 관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고, 무엇에든 통달할 정도로 총명함이 남달랐다. 애번시는 어느 동네 양조장집 과부와 눈이 맞아서 극단과 헤어진다. 그때 그의 나이 열한 살. 핼리액스와 그 일당은 극단 모두를 살해하나 극적으로 그만 살아남는다. 그의 부모가 란레의 노래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로 천애고아가 된 주인공.
 
거지소년이 되어 모르는 도시를 3년 동안 유랑하며, 남루하고 비천한 청소년기를 보낸다. 얼마나 많이 맞고, 쫒기고, 무시당하며 살아왔는지 그전의 총명함은 고요했고, 살아남기 위한 방어기제만 남아있었다. 읽으면서, 한순간에 부모와 자기가 그동안 살아왔던 모든 터전을 잃은 11살 어린 아이가 어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었겠나 싶었다. 그를 지독하게 괴롭히는 잔혹한 배고픔과 추위에서 너무 일찍 알아버린 세상의 쓴 공격이 그를 바짝 살아있게 하지는 않았을까. 보호막 없는 긴장감 속에서 부모의 부재를 감상할 여유 없이 보낸 그 시절이, 오히려 그 어린 아이를 더 단단하게 살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가 15살이 되고, 어느 할아버지의 란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학에 갈 결심을 하는 것으로 1권이 마무리된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아이의 아픈 경험들이 낱낱이 드러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나는 이 책이 판타지책임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다. 해리포터도 프로도도 부모가 없었다. 그저 어느 판타지나라 영웅이건 혈혈단신부터 되고 봐야 할 일이다.
 
재밌다. 재밌게 넘어간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영상미가 탁월하게 진행된다. 저자의 필력덕에. 깨끗하다. 주인공도 순수하지만,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대체로 맑아서 좋다. 1편이라 판타지세계의 흐름이 미적지근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아직 2. 3권이 있지 않은가. 기대할 무언가가 많은 책이다. 일단 독자를 사로잡기는 성공한 1권이다. 2권을 바로 보고 싶게 만드는 장치 또한 훌륭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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