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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3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대학보다 더 중요한 그의 숙적을 찾아 나서는 편. 3권. 챈들리언이라고 하는 원수가 하루아침에 그의 부모와 극단 전체를 불태워 죽였다. 그 때 피어오르던 불은 푸른빛. 그의 우두머리는 핼리액스라는 두 가지 단서를 가지고. 마음먹은 계기는 이렇다. 임레에 가서 앰브로즈가 고용한 강도에게 당했고, 여관에서 두 남자의 대화를 듣게 된다. 어느 남쪽 동네에 결혼식이 있었는데, 어느 무리가 쳐들어와서 살육난장판이 되고, 푸른빛의 불로 다 태워버렸다는 것.
챈들리언의 짓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그는 그곳에 가기로 한다. 일단, 다시 그 데비라는 사채업자에게 가서 거액을 빌린다. 말을 구입하고, 보로릴(원래는 보로힐)로 가서 말을 되팔고 현장으로 출동한다. 거기서 뜻밖에도 데나를 만나고, 데나의 후원자를 찾기 위해, 챈들리언의 흔적을 찾기 위해 둘은 동행한다.
올라간 산에서 돼지 치는 노인을 만나 끼니를 해결하고, 야영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자는데. 나무가 뽑히고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와서 가까스로 피신한다. 알고 보니 그 짐승은 드라쿠스라는 200년된 거대짐승이었다. 5톤이나 나가는 초식동물인데, 입에서 푸른 불을 내뿜는다. 산에서 내려오다가 마약제조를 위한 오두막과 그 나무를 봤고, 드라쿠스가 그 마약에 중독된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짐승이 마약나무를 다 먹고, 마을에 내려오지 않게 하기 위해 죽일 결심을 하고, 마약과 모닥불을 이용해 일을 꾸미지만 뒤틀린다. 마침 추수감사절이어서 온 동네가 불을 켜고 있었는데, 마약먹고 흥분한 짐승이 마을로 내려가고 크보스는 세 번의 공명술을 사용해 가까스로 상황을 해결한다.
사랑하는 데나와는 헤어졌고, 임레에서 앰브로즈를 만난다. 그는 크보스의 류트로 망가뜨린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람의 이름’을 불러 앰브로즈를 다치게 한다. 이 일로 그는 6대의 채찍을 당해야 하지만, 렐라로 승급하게 된다. 바람의 이름은 어떻게 알았을까? 명명학 교수 엘로딘은 그것을 ‘잠든 정신이 이름을 말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넌 바람을 불렀고, 바람은 부름에 응했어.” (p. 296)
“우리는 누구나 두 개의 정신을 갖고 있다는 게 바로 답이다. 깨어 있는 정신과 잠든 정신. 깨어 있는 정신은 생각하고 말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을 하지. 그런데 잠든 정신은 훨씬 강력해서 만물의 정수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어. (…) 잠든 정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우리가 직관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지. (…) 깨어있는 정신이 알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잠든 정신은 이미 알고 있는 거란다.” (p. 297)
그리고 결말은 당연히 여관 주인 크보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끝맺게 된다. 흐름은 좋았으나 기대만큼의 끝처리는 아니었다. 다만, 품격 있는 에필로그만이 독자의 아쉬운 감성을 달래줄 뿐이다.
한 소년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경지에 이르기까지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일들을 알 수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의 청년기가 궁금하다. 저자는 계속해서 ‘현자의 두려움’, ‘돌의 문’이라는 판타지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그 책들을 기대하는 것만이 지금으로서는 크보스와의 헤어짐을 달래는 유일한 길이라 하겠다.
매력적인 소년이었다. 그러나 여관주인이 된 그에게서는 그닥 매력적인 인간임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사람은 다 그렇게 되어가나보다. 소년시절에 품었던 그 재기발랄한 목표가 다 소진되어 세월만 먹고 있는 그에게서도 또한 깊고 진한 침묵만이 남았다.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한 남자가 느긋하게 잘라낸 꽃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소리처럼. (p. 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