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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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너무 많은 격동을 거쳤지만 한 세기밖에 지나지 않은 ‘살아있는 역사’이다. 윗세대가 목도한 바로 그 일이 지금의 세대에게도 뚜렷한 기록으로 전해지며, 이것은 후대에게 숙명적인 과업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도 한다. 8월 28일 '극우파’쪽 인물인 노다가 일본 총리가 되었는데, 이것이 대일관계에 악영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의 기저에 바로 20세기 우리나라 역사가 망라되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은 20세기의 유럽을 다룬다. 지난 세기를 어떤 말로 축약할 수 있을까. ‘전쟁’와 ‘개발’이 아닐까 한다. 이 책 1권은 1900년부터 1938년까지의 유럽정세를 다룬다. 맥락은 단 하나가 출현한다. 전쟁. 뭐, 그것밖에 더 있겠나.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650페이지를 할애하여 다뤄내고 있다.



저자가 직접 1999년도에 유럽여행을 한다. 그 당시의 유럽열강들을 방문하여 역사의 현장에서 느꼈던 나름의 현장 스케치와 관련인사들과의 대화를 당시의 역사와 엮어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1946년 로이바르덴 출생.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법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언론계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2009년에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 연구에 대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를 받았다.



책은 당시 정세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기간별로 나누고, 국가별로 이동하며 자세히 다룬다. 실제로 저자의 여정을 지도로 표시하고, 독자가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식으로 전개된다. 보통의 역사서는 ‘자료’를 담지만, 이 책은 저자가 찍은 지금의 사진들을 담는다. 또 유럽사 ‘산책’이다 보니까 저자의 목소리에 특유의 색깔이 많이 담겨있다.



모든 나라와 정치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역사를 쓰려 한다. 그들은 폭력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마치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초상화처럼 보이려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패배자들은 그 어떤 자화상도 그릴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은 단지 사라질 뿐이다. 동시에 그에 대한 이야기 또한 완전히 없어진다. (p. 377)



주제의 선정도 신선하고, 내용의 전개도 산발적이라서 보통 접하던 일반 역사서의 흐름과는 상당히 구별된다. 특히 큰 역사의 줄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가령 소련과 관련하여 ‘발트3국’의 당한 수난의 누적과 거기에서 촉발된 반유대정서의 원인을 밝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국가 베텔 요양소가 나치 저항운동의 본보기가 아닌 나치 협력의 숨은 조력자였음을 새롭게 조명하는 부분도 있다.



세계대전에 깊이 연관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여정은 2차대전의 발발을 맛보기로 언급하면서 끝맺고 있다. 2권을 얼른 사라는 소리지 뭐. 동서진영의 대립을 중심으로 정치적 색깔에 따라 전쟁당사국을 중심으로 산책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전쟁피해자인 약소국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실하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약소국의 피해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면에서 ‘독자 개인의 공부량’을 던져주는 책이다.



유럽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실이 많이 드러난다. 흥미롭게 볼 점도 많다. 예를 들어 아직도 이탈리아에 ‘무솔리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 스페인 내전이 세계대전에 있어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는 점.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또 이 책을 통해 봐야 할 도서의 수도 늘었다. 붙잡고 있는 동안에는 잠깐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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