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밤 투모로우 Tomorrow 2
존 마스든 지음, 김인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2권은 악몽의 밤답게 악몽으로 시작해서 악몽으로 끝난다. 주된 악몽은 책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나 사실 소설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친구의 이탈이 아이들에겐 가장 큰 슬픔이자 악몽이다. 그렇게 이 책은 어두운 사건들로 엮어져있다. 그러나 인상적인 것은 사건이 슬프다고 주인공들이 낙담과 좌절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서로를 감싸 안고, 이해하고 배려해 나간다는 점이다. 청소년소설로만 봤을 때는 아주 교훈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코리와 케빈이라는 커플이 좋은 활약을 해주었으나, 코리가 ‘헬’밖에 나갔다가 등에 총상을 입는다. 그래서 케빈이 차를 운전하고 코리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여기서 엘리의 무리는 다 같이 슬픔과 실의에 빠진다. 몇 주 후 호머가 아이들을 독려하여 코리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간신히 숨어들어간 포로들의 병원에서 코리는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고, 많이 맞았다던 케빈은 포로 시설에 갇혀서 만날 수도 없었다.



늘 24시간 교대로 보초를 서가면서 자신들의 만든 규칙을 이행하는 그들. 무료한 시간보내기를 끝내고 새로운 곳에 이르러 희망을 발견하고자 주인공 엘리는 ‘헬’근처 강을 건너 새로운 지형탐사를 권한다. 여기서 크리스만 빠지게 된다. 정서적 혼란과 불안을 가지고 시를 쓰고 혼자만 있던 크리스는 혼자 ‘헬’에 남는다. 엘리는 크리스가 혼자 술을 계속 먹는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강 건너 절벽 아래로 들어간 아이들은 텐트촌를 발견한다. 그들은 ‘하비의 영웅들’이라는 호칭을 달고, 하비 소령이라는 작자에게 소속된 무리였다. 거기서 어른들의 허례허식으로 포장된 무능력함과 권위의식에 빠진 리더십의 부조리를 절감하지만 아이 본연의 소속감을 얻고자 며칠을 묵는다.



“어른들은 불행하고 우울해 보일 때가 많잖아. 사는 게 너무 복잡하고 골칫거리도 너무 많은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막상 세상을 망쳐놓은 건 어른들인 것 같아. 물론 우리나이로 있는 게 항상 좋다는 건 아니고 우리에게도 문제가 없지는 않지. 하지만 어른들만큼 심한 것 같지는 않아.” (p. 222)



멍청한 리더가 나대는 결과, 적군의 덫에 걸린 텐트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아이들은 그 틈을 타 다시 ‘헬’로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잔혹한 전쟁행위의 목격이 있었고 살인이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충격과 상처를 입은 아이들은 한바탕 크게 우는 것과 쏟아지는 잠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헬’에서는 크리스가 사라졌다. 아이들은 일단 나가서 교회 첨탑에 올라 적군을 염탐하고, 하비소령의 변절행위를 목격한다. 그리고 특유의 총명함을 동원하여 토스트기를 이용해 적군의 초소를 폭파시킨다. 그런 흥분 속에 다시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 그들은 갑작스럽게 ‘크리스’의 부패된 시체를 발견하고 오열한다.



그야말로 악몽의 밤을 겪은 아이들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더 강해진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점점 갈수록 아이들의 사고력이 발달하고, 전쟁 속에서 ‘적군’에 대항하여 일을 벌리는 유일한 레지스탕스로서 그들은 점점 더 과감한 소행을 펼쳐간다. 거기서 이 책의 묘미가 있다.



많은 감정의 전개를 지나치게 세세히 다루고, 정작 인물의 행동은 그 전개가 둔하고 느리다. 전쟁소설 치고는 긴박감이랄지 전쟁의 참혹함이 보다 미화된 형태로서 전달되는 감이 있고, 1990년 중반에 쓰인 소설이라 그런지 소재에서 줄 수 있는 기술적인 매력이 덜하다.



아이들의 ‘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펼친다. 장기적인 전쟁양상으로 빚어진 아이들의 정신쇠약이 원인이라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 도피의 방편이 아닌 일반적인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과 사랑의 감정으로서 이루어지는 성적행위라는 점에서 의외성을 갖는다. 그 상황에 그런 곳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아이들, 정서적 차이를 느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잔혹한 시련을 견디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얼마나 더 발전된 용기와 지혜로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들을 빚어낼지도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을 다 보게 되면 꼭 영화를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어른들은 갇혀있고, 어른들은 쫄아있고 아이들이 해결하고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소설이다.



어떨 때는 용감해야 한다. 강인해야 한다. 어떨 때는 나약한 생각에 무조건지면 안 된다. 머릿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겁주려는 악마들을 눌러버려야 한다. 한 발 한 발 번갈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뒷걸음칠 때조차, 다시 앞으로 나아갈 때 금방 따라잡을 수 있도록 너무 뒤로 물러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배운 것이다. (p.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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