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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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한정원 글, 전명건 사진, 행성:B잎새 펴냄)’는 우리 시대 지식인 15명의 인터뷰와 서재를 통해 ‘어떻게 책을 대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고 따라하고 싶게끔 만드는 책입니다. 
책을 대하는 모습이 각자 다른 15명은 한번쯤 혹은 자주 들어봤을 사람들입니다.
 
법학자 조국
생물학자 최재천
예술작가 이안수
시인 김용택
북디자이너 정병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사진작가 배병우
건축가 겸 블로거 정치인 김진애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
소셜 디자이너, 현 서울시장 박원순
건축가 승효상
출판문화인 김성룡
연극연출가 겸 영화감독 장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전통예술연출가 진옥섭
 
이들의 이야기와 사진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책에 대해 얻어 가는 정보가 많답니다.
인터뷰 말미에 늘 추천 도서가 붙습니다. 여기 있는 도서를 꾸준히 읽다보면 교양이나 지식이 쌓인다고 할까요? 더 알고 싶은 사람은 한번 찾아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5명에게 하나씩 QR코드가 있습니다. 약 1분 정도의 음성이 담긴 인터뷰 영상이 링크되어 있는데요. 인터뷰를 읽어보고 그 여운을 영상으로 즐기라는 일종의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길지 않으니 QR 코드에 나오는 링크를 누르셔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인물과 인터뷰를 통해 값진 정보를 얻어가는 ‘지식인의 서재’, 여러분도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낙관과 긍정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하면서 긍정과 희망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책이라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가능하게 합니다. 책을 보면 뭔가 찔리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찔리기만 하면 안 되잖아요. 희망을 가져야 하니까요. 이런 것들이 우리에게 동시에 필요한 것이죠.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주는 것이 바로 책입니다."
- p22, ‘법학자 조국의 서재’에서 조국의 말
 
"여기 있는 책들은 저 혼자 보는 책이 아니거든요. 저와 제 학생들,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거니까 소중히 다뤄야지요. 언젠가는 제 책들이 저와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책이 될 테니까요. 대한민국의 어느 도서관도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 관해 이만큼의 책을 갖고 있는 곳은 없을 거예요. 저는 제 뒤에 걸어오는 후학들에게 그 도서관 역할을 해주고 싶어요. 꼭 해주어야 할 것 같아요."
최재천에게 서재는 그만의 공간이 아니다. 모두가 공유하는 서재, 모두가 함께 나누고 세상을 탐구할 수 있는 창조의 공간이며 사유의 숲이다.
- p40~42, ‘자연과학자 최재천의 서재’에서
 
"책을 읽어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거야. 인류와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알려면 책을 봐야 해. 문학적 감성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제대로 보개 해주는 힘이 되는 거야. 책을 안 읽는다는 건 우리가 사는 세계를 모른다는 거지. 그래서 책을 안 읽는 사람과 만나보면 지루하고 고루하고 답답하고 형식적이고 삶의 여러 모습을 글로 담아내."
- p87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말’에서
 
"독서라는 것은 자기를 중심에 두고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을 흡인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성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독서라는 게 즐거울 수 있는 거죠. 낯설음이나 신비함, 호기심은 독서의 방법이 아니라 본질입니다."
- p132 ‘북디자이너 강병규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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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글쓰기 - 삶을 변화시키는
임재성 지음 / 북포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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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성 작가님은 첫 직장 POSCO에서 3년 만에 사표를 던지고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컨설팅과 삶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동기부여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글쓰기와 책쓰기 관련 컨설팅을 토대로 쓴 책이 바로 ‘삶을 변화시키는 생산적 글쓰기’(북포스 펴냄)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 호기심이 느껴졌습니다. 글쓰기 관련 책을 여러 권 읽고 있긴 하지만 ‘생산적 글쓰기’만큼 예비 작가의 관심을 유발하는 내용이 많은 책은 흔치 않았습니다. 쉽게 설명하면서 흥미를 가지게 만들지요.
 
 프롤로그에서 파트별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일종의 안내문이지요.
 
 파트는 1부터 3까지 있습니다. 글이 왜 삶을 바꾸는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방법, 작가적인 삶을 꿈꾸는 방법이 상세히 들어가 있지요.
 
 저는 여기 있는 첫 번째 파트가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이 꾸준히 쓸수록 는다는 진리부터 글을 억지로 멋있게 보이려고 쓰지 말라는 것까지 충고와 조언이 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산적 글쓰기’를 보고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다시 한 번 느꼈지만 정작 소개하려 하니 막막하게 느껴지네요. 전에는 논리나 전개에 상관없이 막 쓰는 편인데 이제는 조금씩 조심스러워짐을 느낍니다. 내가 쓰는 글이 사람들에게 쉽게 읽혀질까 생각하면서요. 이럴 때 나오는 단락으로 잠시 마음을 진정시켜보겠습니다.

 저는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글을 쓰는 편인데 바쁘거나 귀찮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루는 경향이 많습니다. 점점 생각이 고갈되니 쉬어야겠다는 느낌도 들고요. 하지만 ‘생산적 글쓰기’를 통해 글이 쓰고 싶어 시작했던 때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든 책을 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글을 쓰려는 의지가 있고 실천하느냐가 중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생산적 글쓰기’는 글쓰기에 대해 포기 하지 말고 꾸준히 하자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한 번 읽어서 글쓰기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다시 읽어서 실천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계기가 되는 책이라 봅니다.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네요.

p4~5
이 책은 단순히 글을 잘 쓰는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목적을 넘어선다. 삶을 변화시키고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로 글쓰기를 이야기한다. 그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부수적인 것보다 더 중유한 것은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작가적인 삶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p16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학창 시절의 소원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언젠가는 써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도 이제는 던져버려야 한다. 삶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은 책 속에나 등장하는 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자신이어야 한다.

p158~159
처음 글을 쓰다 보면 어휘 선택에 고민이 많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내가 쓰는 글이 맞춤법은 맞는지 온갖 잡념에 혼란스럽다. 특히 맞춤법을 틀려 부끄러움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잘못하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로 글쓰기에 도전한다면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법, 맞춤법, 띄어쓰기에 연연하다 보면 자기 생각을 펼쳐나갈 수 없다. 글은 흐름이다. 흐름을 놓치면 글을 이어갈 수 없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들도 초고는 후루룩 써버린다.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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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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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해냄 펴냄)’을 쓴 작가 이외수는 삶의 경험을 토대로 실천적 문장을 쓰기로 유명합니다.
 
읽을 때마다 뭔가 낯설고 과연 실천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꾸준히 읽다보면 뭔가 재미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쓰기의 공중부양’은 글쓰기를 재미있게, 실용적으로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평범하게 쓰는 것보다 재미있게 쓰는 게 좋겠지요?
 
첫 파트부터 기묘합니다. 단어가 가지는 미묘함이랄까요?
 
‘글쓰기의 공중부양’ 한 권에 이외수의 독특한 문장세계가 담겨있습니다. 덕분에 말로만 듣던 이외수라는 분의 글을 직접 느껴보게 되었고요.
 
‘글쓰기의 공중부양’을 통해 이외수의 책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외수가 어떤 사람인지는 읽어보고 판단하겠습니다. 가능한 자주요.

p7 ‘글이란 무엇인가’
글이란 쌀이다. 썰로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쌀은 주식에 해당한다. 그러나 글은 육신의 쌀이 아니라 정신의 쌀이다. 그것으로 떡을 빚어서 독자들을 배부르게 만들거나 술을 빚어서 독자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은 그대의 자유다. 그러나 어떤 음식을 만들든지 부패시키지 말고 발효시키는 일에 유념하라.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그대의 인품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p13 ‘단어채집’ 첫 부분
글의 기본재료는 단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고 성당개 삼 년이면 복음을 전파한다. 그러나 기본을 익히고 못하면 서당개도 성당개도 평생 개꼴을 면치 못한다.
머릿속에 수많은 단어가 들어 있다 하더라도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평소 단어를 다루는 일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고자 한다면 우선 단어를 채집하는 일을 생활화해야 한다.
 
p291 ‘그대는 지금 어디서 놀고 있나’ 첫 부분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똥 싼 종이에서는 똥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가히 법문(法門)이다. 자신이 어떤 것들을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인품도 달라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쳇말로 하자면 노는 물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시쳇말로 하자면 노는 물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대가 노는 물에 따라서 그대의 글도 개떡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개떡 같은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 그러면 그대의 글도 개떡 같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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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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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승태는 전국을 돌며 험한 일을 했고 이를 토대로 인간의 조건(시대의 창 펴냄)을 썼습니다. 지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예능 프로와 이름이 같고요.
작가가 처음 쓸 때 책 제목으로 `퀴닝(Queening)`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제목으로 정해지면서 마지막 장 제목으로 남았지요.

계층 상승이 힘들어진 요즘, 딱 어울릴 만한 이야기 제목이었습니다. 물론 출판사 쪽에서 작명한 `인간의 조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마디로 여러 군상의 인간을 겪으면서 삶의 조건을 생각해보게 되니까요.

인간의 조건에는 한승태가 일한 곳 5군데를 담고 있습니다.
꽃게잡이하는 진도, 편의점과 주유소가 있는 서울, 돼지 농장이 있는 아산, 비닐하우스가 있는 춘천, 자동차 부품 공장이 있는 당진을 말입니다.
마지막 6장은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각색한 겁니다. 물론 한승태가 지금까지 일한 곳을 회상하는 내용도 담겨 있으니 일종의 에필로그라 봐도 무방합니다.

인간의 조건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요? 장의 첫부분에 있는 하이라이트에 있었습니다.

부제 `꽃게잡이 배에서 돼지 농장까지,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 와 뒷 표지에 있는 홍보 문구 `치열하지만 가난한, 세상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각자 일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는 우리의 모습, 우리나라 그 자체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함축하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의 조건`은 노동 현장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치열하고 슬프지만 사실이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읽고 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에서요.
한번 쯤 읽어보며 생각하기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퀴닝은 체스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내가 그 단어를 알게 된 것은 수년 전, 신림동의 어느 고시원에서 살던 무렵이었다.
(중략)
 상대 진영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오는 졸(즉, 체스의 폰Pawn. 여기서는 핸드폰과 헷갈리니 그냥 졸이라고 해두자)이 하나 있었다.
(중략)
 그런데 그 졸이 내 진영 끝에 도달하자 갑자기 환하게 빛나며 여왕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중략)
 체스에서도 졸은 한 번에 한 칸씩 전진하는 것밖에 못하는 가장 약한 말이었다. 그런데 폰이 한 칸씩 한 칸씩 전진해서 상대편 진영의 끝에 도달하면, (아마도 그 노고를 가상히 여기) 잡힌 말 중 어떤 말로도 변신할 수 있다. 이 규칙의 정식 명칭은 승진Promotion이지만 주로 가장 강력한 여왕으로 바뀌기 따문에 여왕Queen이 된다는 의미의 퀴닝Queening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중략)
 나는 퀴닝을 계층 상승의(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개천에서 용 난다`) 은유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책 제목으로 쓸 만하다고 생각한 건 세상에서 나 혼자뿐이었던 모양이다.

- 서문_우리도 퀴닝 할 수 있을까? 中 에서


 "그래, 뱃일이 힘들지. 그치만 무슨 일이든 다 마찬가진기라. 막내야 바라, 니가 평생 여 있을 거 아이다 아이가? 이 세상에 있제, 이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다. 무슨 일이든 다 힘든기라. 니 당장은 뱃일이 제일 힘든 거 같제? 여만 나가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거 같제? 근데 그게 안 그렇다. 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하건 그거 다 힘들 끼라. 내가 앞날이 창창한 아한테 악담을 하는 게 이이고 일이란 게 그런 기라, 일은 우찌 됐든 힘든 기라."

- 1부. 이틀발이_진도, 꽃게잡이

 
매주 한 번 씩 들르는 슈퍼바이저는 접객 관련 불만 신고가 줄지 않는다며 언제나 투덜거렸다. 그는 어떤 손님이 알바와 다툰 일을 회사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회장님이 그걸 읽으시곤 해당 편의점이랑 계약을 해지하라며 노발대발했다는 이야기를 빼먹지 않고 들려줬다. 모든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적힌 어깨띠와 녹슨 못을 박은 각목을 하나씩 지급한다면 손님과 종업원 사이의 싸움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리라 생각하지만, 서비스업계가 이런 혁신적인 제안을 받아들일 만한 안목을 갖추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 2부. 빈민의 호텔_서울, 편의점과 주유소

 분뇨장에 똥을 버릴 때는 종겨적인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돈사마다 외부에 분뇨장이 있었다. ㄷ자 형태로 벽을 두르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었다. 하루 사이에 부쩍 늘어난 똥 바다 위에 똥을 쏟아부었다. 똥물을 헤치고 분뇨장 안쪽까지 리어카를 끌고 갈 자신이 없어서 분뇨장 입구에만 똥이 잔뜩 쌓였다. 나는 종교도 없고 신이란 존재를 늘 의심했지만, `철철철` 소리를 내며 검붉은 똥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으로는 신을 부르짖게 된다. 이틀 동안 분뇨장에서 신을 찾은 횟수가 그 이전까지 기도한 횟수를 압도할 것 같았다. 신심이 시든 종교인에게 분뇨장에서 일해볼 것을 권한다.

- 3부. 과자의 집의 기록_아산, 돼지 농장

 해가 지고, 냉기와 빨간색 물이 기다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냄비에 물을 끓여 얼굴을 씻고 빨간 물을 데워서 밥을 먹었다. 밤이 깊어지면 난데없이 `쾅쾅, 투투투투`하며 기계음이 들렸다. 온풍기 돌아가는 소리였다. 미니 하우스 내부 온도가 30도 이하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온풍기가 작동했다. 온풍기에 달린 두꺼운 비닐 호스가 미니하우스 내부로 연결되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온풍기 바람을 숙소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다. 오이보다 우선순위가 낮다고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졌다. 농장은 기본적으로 지붕과 쌀만을 제공했다. 이런 유의 간소함에는 우리나라의 복지 시스템을 떠올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 4부. 면죄부_춘천, 비닐하우스

 한국 사람이라는 단어에는 최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아저씨들은 입버릇처럼 "그래도 힘들 땐 한국 사람밖에 없어" 하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바로 그 힘든 시기, 즉 낮은 보수, 긴 작업 시간, 위험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그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편리하게 잊어버렸다. ㆍㆍㆍㆍㆍㆍ 식사 시간이면 중국인들을 향해 "니 씨팔러마!" 하며 킬킬대는 남자들이 숙소에 들어오면 중국인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느니 도무지 에티켓이란 걸 모른다느니 하며 화를 냈다. 이런 상황에는 심술궂음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 5부. T. G. I. F._당진, 자동차 부품 공장

 
나는 이 세상이 돌아가는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이 괴상망측한 사회가 비틀거리면서도 여전히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 6부. 퀴닝Que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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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치킨전 -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 따비 음식학 1
정은정 지음 / 따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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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어느 고3의 명언’이라는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1/2/3 등급은 치킨을 시켜먹고, 4/5/6등급은 치킨을 튀기고, 7/8/9등급은 치킨을 배달한다.’
 
이 사진이 사람들에게 웃음이 아닌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던 건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 ‘치킨’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정은정 씨는 치킨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그 속에 숨겨진 현실을 파헤치기 위해 ‘대한민국 치킨展(전)’(따비 펴냄)을 썼습니다.
 
치킨, 저도 참 좋아하는 데요. 치킨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치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들이고 있는지 상세히 기록한 이야기가 ‘대한민국 치킨展(전)’에 담겨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체 내용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어 여러 부분을 인용하며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장인 『나의 ‘통닭기억’ 투쟁기』는 저를 포함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습니다. 아버지 세대 혹은 우리 어렸을 적, 통닭에 관한 추억거리가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통닭 혹은 치킨이 우리 역사에 들어 온 것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옛날에 닭으로 먹을 수 있었던 건 백숙이나 구이뿐이었습니다. 그러다 6·25 전쟁 이후 미군이나 선교사를 통해 미국문화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는데 시초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구이를 먹는 미국 개신교도의 전통이 퍼지면서 생겨난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시 칠면조를 키우지 않았기에 대체 수단으로 닭을 골랐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꿩 대신 닭’인 셈입니다. 거기에 7~80년대 치킨 문화가 유입되면서 전기구이로 먹던 통닭을 튀김으로 바꾸게 됩니다. 그러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치킨의 대명사인 ‘KFC’가 1984년에 들어와 환영을 받게 되면서, 지금까지 치킨 생산 업체 간의 무한경쟁체제가 이어지게 됩니다.
 
‘대한민국 치킨展(전)’은 치킨을 튀길 때 쓰는 방식과 역사 등 깨알 같은 지식을 다루고 있습니다. 덕분에 치킨을 먹을 때 ‘이 가게는 어떤 방식으로 튀겼구나.’하는 걸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치킨이 우리 사회에서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왜 치킨이 끌리게 될까?’부터 치킨을 둘러싼 사회현상까지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또, 정은정 씨는 치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면도 같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서문에서 뒷장까지 사이사이에 말이죠.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리점 점주 교육을 밀착 취재한 것은 물론 치킨을 만들기 위한 양계·사료·도계 등에 보이는 대기업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담아낸 내용이 한 편의 탐사보도 혹은 다큐멘터리 같았습니다.
 
치킨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대한민국 치킨展(전)’은 치느님에 빠져 사는 우리에게 주는 ‘트리니티의 빨간약’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사회현상을 다룬 책에서 전문가의 견해나 당사자의 말을 담다 보니 점점 지루해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정은정 씨는 지루하게 보지 않도록 사이사이 익숙한 단어나 이야기를 넣었습니다. 그 점에서 저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책을 내며’에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난 4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중략)
그런데 어느 날 진도 팽목항에 놓인 치킨을 보고 말았다. 자녀의 생환도 아닌 주검 수습을 애타게 기다리며 부모들이 차려놓은 부모들이 차려놓은 음식은 치킨, 피자, 과자 등이었다.
(중략)
처음부터 이 책은 ‘치킨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치킨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시작한 것이었다. 치킨을 누가 튀기고 먹는지, 그리고 닭은 누가 키우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p26
‘통닭’이 갖는 추억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의 대학생, 지금은 40대인 사람들에게 통닭이란 일종의 집단기억이다. 지금도 ‘통닭’이나 ‘치킨’을 얘기하는 ‘먹방’이나 음식 기고문에는 천편일률적인 문장이 등장한다. "그 옛날, 아버지가 월급날 사오시던, 노란 봉투에 담겨 있던 통닭 한 마리!" 그리고 한 가지가 더 따라붙는다. "식지 않게 외투 속에 꼭 끌어안고 오시던 통닭!"

p273 ‘양계유감’에서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맛있게 먹고 그걸로 끝인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면서 우리 또한 맛의 지옥에 갇힌 채 살고 있지는 않은가. 늦은 시간까지 노동을 하고 그 노동의 고통을 치맥으로 달래다 결국 치킨집 사장님의 삶에서 내 미래를 간보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오늘 한 마리의 치킨과 한 잔의 맥주가 결코 즐겁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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