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추모 분위기, 일단 나의 마음은 제껴두고 생각했을때 과도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토록 관심없어 했고 또는 비난했던 사람인데 이렇게 전국적으로 열광(?)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어쨌거나 내가 존경했던 사람에 대해 많은 이들이 추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고 위안이 된다.
허나 몇가지 아쉬운 점은 나름 '그를 잘안다, 지지했었다'라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지지했었다는 말을 (혹시 있을지 모를 비난 또는 오해에 대해) 방패삼아 전제로 깔아놓고 시작하는 불평들이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의 의도는 그렇지 않을 지라도 읽는 사람에게는 '조선일보'와 동일한 논리가 보여서 매우 불편하다. '조선일보'가 어떤 존재인가? 똑똑한 기자들이 모여 부러워할만한 정보력을 가지고 글을 쓰는 집단들 아닌가! 사실만을 말하면서도 사람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귀재들. (물론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지만 사실만 쓸때조차도 그렇다는 말이다.)
거기에 살짝 애매한 주장을 얹어주면 정말 맘에 안드는 사람 매장하기는 여반장인 것이다.
자살을 비난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어느 누가 '자살 반대'에 당당히 반대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자살'에 무조건 비난을 들이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를 봐도 자살은 물론 그 보다 더 심한 짓을 한 경우도 존경받고 칭송되고 또 교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되고 있다는 것은 사회적 동의 를 받았다는 증거로 충분하다고 본다) 계백을 보라. 자살은 고사하고 가족을 몰살해 버렸다. 관창을 보라. 논개는 또 어떤가. 또 있다. 국치를 못이겨 자결한 민영환, 헤이그의 이준 열사도.
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위인이라도 된다는거냐는 헛다리 짚는 질문이 떠오른다면 참으시라. 이 문단의 요지는 자살은 그 자체만으로 평가가 완료될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논리로, 정황을 제거해버리면 안중근 의사쯤은 살인자이자 테러리스트로 만들기는 껌씹는것 보다 쉽다. 한국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이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독립운동가로 인식할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은 애도하지만 어쨌거나 자살은 잘못이다'라는 말은 기만이다. 그냥 그에게 별로 관심없다는 표현의 완곡어법이거나 오락프로 하나 맘대로 못보고 눈치나 봐야 하는 현상황에 짜증나는 심리를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과연 노무현의 정황이 대체 어쨌다는 걸까 궁금해지지 않는가? (아님 말고)
사실 수사관련 뉴스를 지켜보면서 자살하고 싶겠다는 짐작을 자주 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었다는 신분때문에 감행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으나 결국 오판이 되었고....
퇴임 이후로 조용했던 적이 있었나? 컴퓨터가 안켜지네, 인수위 자료협조를 안했네, 하드가 없어졌네 끊임없이 들들 볶다가 반년동안 측근들 하나 둘씩 잡아 가두고 아내, 아들, 딸, 친구, 선배, 후배, 사위, 사돈, 자주가는 식당 까지 이잡듯 뒤져서 대충 언론에 흘려 망신은 망신대로 주고 결국에는 본인까지 불러들여 조사하고. 물론 뉴스가 훑어주는 내용만 대충 들었다면 '잘못했으니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여기는 (비록 이런 글을 길게쓰고 있긴하지만) 알라딘이므로 구태여 일일이 그 과정에서 일어난 비상식적인 사례와 반론을 옮기지는 않겠다. 솔직히 귀찮다.
기억력이 냄비 수준이 아니라면 검찰이 과연 사회정화를 위해, 정의를 위해 움직이는 조직인지 출세를 위해 움직이는 조직인지 수사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 조직인지 스스로 알 것이다. (쪼금 힌트를 드리자면 삼성 비자금 수사와 불법 경영권 승계 문제의 결론 하나만 보시면 된다.)
나이 60쯤 되었다면 생각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대로 생각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노무현이 어떻게 살아왔나 보라.
2MB가 어떻게 살아왔나 보라. 그럼 이 사건의 배후가 뻔한 거 아니겠는가?
(흠.... 이런 주장은 포괄적 매도라고 비판 할 수는 있겠다. 사실 그러시라고 썼다.)
암튼 '(범죄성립)증거'가 나왔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당장 검찰에 달려가서 신고하시기를 바란다. 검찰도 반 년을 뒤지고도 단지 '포괄적 뇌물죄'라는 희한한 죄목밖에 만들어 내지 못했는데 '증거'를 가져오신다면 내일 바로 청와대에서 초청할지 모르겠다.
한마디 더, 어쨌거나 실책이 많은 대통령이었다는 말들..
솔직히 가장 큰 실수라면 2MB가 대통령이 되게 만들어준 것이고 그것 때문에 나 또한 욕 많이 했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는 것과 나쁘다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국가 대소사가 어디 한 둘이며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나서 결론을 낼수 있는 문제인가? 박정희 때의 빨리빨리가 수십년뒤 무너지는 건물속 떼죽음으로 나타나지 않았던가? 물론 진짜 실수도 내가 아는것 모르는 것 포함해서 많았을 것이다. 그걸 덮어볼려고 하는게 아니라 지금 그걸 따지자는 건 아니잖나?(아마추어끼리 토론해도 몇년 걸릴껄?)
노무현이 뿌린 씨는 어떻게 보면 수십년 뒤 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때 아니면 다시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을 때 잎을 내고 꽃을 피우게 될지 모르겠다.
그를 많이 변호하고 싶지만 푸하하 웃음소리로 조롱하는 사람들이 빤히 보여 그러기 싫어진다.
비난하든 숭배하든 최소한 대한민국 정치사회 흐름은 노무현 이전과 이후로 나뉠거라는 예상을 해본다. 이미 그런지도..
'잊지 않을것이다'
이 한마디를 지난 일주일동안 항상 되뇌였다. 앞으로도 그럴것 같다.
잊지 못할것이 많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많다.
* 원 제목은 [자살을 비난하기는 얼마나 쉬운가]였다. 제목 짓기 귀찮아 그냥 글 중간 문단의 한줄을 옮긴건데 의도하지 않게 자극적인 제목이 되어 버렸고 그래서 그런지 험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바꿨다. 글 자체를 지우기는 싫고... 빨리 뒷페이지로 밀려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