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디게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무언가를 좋아해도 된다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세디게의 세상에는 하면 안 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만이 남아 있었다. 세디게가 무심히 입을 열어 말했다.
"나는 학교가 좋아. 아무도 떠나지 않는 학교." - P111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 그 사람도 나를 모르는 거 같았어. 그냥 아무나 걸려라, 누구든 상관없다,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데 아니었어."
언니가 말을 멈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기다렸던 거야, 나 같은 사람을, 자기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을." - P132

"묻잖아, 괜찮으냐고?"
괜찮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괜찮지 않았다. 앞으로 더괜찮지 않을까 봐 날마다 속이 졸아들었다. 이제 할머니도 없고, 엄마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엄마에게는 돌아갈 고향도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여기서도, 거기서도 나는 괜찮지 않았다. - P1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곰의 부탁 -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동네 청소년 49
진형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이동화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던 시선으로
이번에는 십대아이들을 담아낸 느낌.

동화에서 반짝이고 유쾌했다면
이 책에서는 따뜻하게 안아주려 애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진짜 웃기는 건 뭔지 알아?"
곰이 지난번에 시장에서 하던 모데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 뼈의 주인이 둘 다 남자라고 하니까 사람들 하는 말이 바뀌었어. 두 사람은 형제라고, 사촌이라고, 전쟁 때 같이 싸우다죽은 전사들이라고, 모데나의 연인이 하루아침에 모데나의 전사가 된 거야. 웃기지 않냐?"
모데나 이야기는 코미디가 맞았다. 하나도 웃기지 않은 코미디였다. - P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원수는 한 좌담회에서 "소설 같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꿈같은 세계에서 삶을 배울 수 있는 게 동화만이 가지는 특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동문화를 말하는 좌담회」, 『아동문화』 1948.11)
이원수의 말처럼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같은 세계를 통해 삶의 교훈을 전한다. 동화의 꿈은 현실의 결핍과 억압을 해소하는 숨구멍이 되며,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아이들의 꿈과 어른의 꿈은 보통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고통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동화작가라면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위안보다는 모두에게 소망스러운 세상을 그려 보이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꿈을 지니고 사느냐‘가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믿음 때문에 그리하는 것이다. - P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처음엔 사소했던 일 ㅣ VivaVivo (비바비보) 37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은 볼펜에서 시작된
여러 아이들의 나비효과.
피해자는 있지만
누구도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실수하나로도
한 사람의 인생을 짓밟는
요즘 어른사회와 맞닿아있다.

주변인의 한마디 말이, 또는 한 번의 눈빛이 형태 없는 칼날이 되어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잔인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군중 속에서 살아가기에 모든 주변인은 사실 우리와 얽혀 있습니다. 생면부지의 지구 반대편 네티즌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한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세상, 하물며 그것이 바로 옆 사람의 귓속말이었다면, 가족 중 누군가가 보내는 거친 눈빛이었다면 어떻게될까요. - P152

왕징메이는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결심했다. 나중에 선생님이 되겠다고. 연약한 아이들의 마음을 절대로 오해하지 않고 단 한 명의 학생도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선생님이 되겠다고 말이다. 가해자가 아닌 보호자가 되어 주고 싶었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라이즈칭 작가가 그런비평을 했다는 사실을 왕징메이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작가의 비평은 봄바람처럼 어여쁘던 왕징메이의 세상에 찬바람을 몰고 왔고 모든 열정을 순식간에 사그라뜨렸다. - P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