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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하를 찾아서 ㅣ 초승달문고 55
차영아 지음, 다나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내가 좋아하는 <쿵푸 아니고 똥푸> 차영아 작가의 새 책. 서평단 문자가 뜨자마자 고민 없이 신청했다. 나는 저학년 동화를 찾아 헤매는 사람이니까 :-) 책을 받자마자 표지가 눈에 띄었다. 노란 운동화와 분홍 슬리퍼를 짝짝이로 신고(삐삐롱스타킹!)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기분 좋다.
“하하야, 우리 이제 어린이가 될 시간이래(19쪽)”
상이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하마 인형 ‘하하’를 찾으러 떠나는 모험 이야기다. 상이는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엄마는 유치원에 날마다 함께 가던 하하를 학교에는 가지고 갈 수 없다고 한다. 상이는 하하 없이는 겁이 난다. 드디어 학교 가는 날 아침, 갑자기 하하가 안 보인다. 상이는 하하를 찾으러 나서고 그 길에 여러 동물들과 만난다. 그들은 ‘가장 용감한 뿔’을 만나면 하하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 거라고 한다. 마침내 만난 가장 용감한 뿔은 이름과는 달리 다른 누보다도 훨씬 작았다. 그는 상이에게 수만 마리 누를 이끄는 일이 너무 무섭고 겁난다고 고백한다. 어쩌다 보니 사자를 잡고 걷어차고 도망친거라고 말이다. 그러나 상이는 가장 용감한 뿔에게 진심으로 용감하다며 용기를 주고, 자기 가슴에 남아있는 상처를 고백한다. 하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상이는 하하와 함께 용기를 내어 다른 누들을 도와준다. 그리고 다시 학교 가는 날 아침, 상이는 혼자 학교에 갈 수 있을까.
올해 유년 동화를 읽으며 고학년 동화와는 다른 매력을 배운다. 학교라는 사회에 한 발 들어선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엄마 아빠도 없이, 하하 같은 애착 인형도 없이, 새로운 공간에서 오롯이 나 혼자 시작할 ‘어린이가 될 시간’ 말이다. 유년 동화는 그런 아이들에게 등을 토닥여주고, 엉덩이를 쓱 밀어주고, 상이가 가장 용감한 뿔에게 했듯이 똑똑 가슴을 두드려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너만 겁나는 게 아니라고, 너만 모르는 게 아니라고, 너만 실수하는 게 아니라고 다정하게 말해주어야 한다. 이 책이 이제 어린이가 될 시간 앞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똑똑 가슴을 두드려 줄 수 있기를!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용기는 항상 이 안에 있대요. 근데 잠자고 있대요. 그래서 똑똑, 하고 깨워야 한대요.”(76쪽)
“할아버지가 나에게 해 준 말을 이제 너에게 들려줄게. 너는 ‘깊은 상처를 이겨 내고 살아남은 용감한 자’야.”(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