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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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선 안그래.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니까?’
‘난 여기가 싫어. 너무, 너무, 너무.’
‘난 가끔 저 밑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
‘문은 잘 잠그지?’
유나가 여태 했던 말들이 신경 쓰여서, 검고 깊은 저수지를 오래 들여다보던 모습이 자꾸 어른거려서 그냥 돌아설 수가 없었다.
"강유나,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우리 집으로 달려와. 우리 집엔 담도 없어. 급하면 내 방 창문으로 넘어와도 돼. 톡톡톡, 세 번 두드려." - P41

‘뭔가 사정이 있겠지. 누구나 각자 사정이 있는 거잖아.‘
"그냥….그 말을 들으니까 너랑은 같이 아빠한테 와도 괜찮을 것 같았어." - P67

"그렇게 멍청하게 입 꾹 다물고 앉아만 있으면 뭐가 나오냐? 달라져? 어른들 일은 어른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네 잘못도 아닌데 혼자 난리 치지 말고."
다그치듯 말했지만 내 진심은 그거였다. 애써 빈자리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우리 둘이,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말, 사람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얘기하는 그 옛말은 진짜였다.
"네 잘못도 아니잖아.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 말을 어떻게든 꼭 해 주고 싶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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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찰을 전하는 아이 푸른숲 역사 동화 1
한윤섭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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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만에 다시 읽으니 역사동화 중에는 이 책이 최고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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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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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이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넓게 다뤘다면 두 사람의 심리가 집중된 이번 작품은 깊게 파고드는 글입니다. 이꽃님 작가 글답게 휘몰아치듯 읽히지만 반전은 예상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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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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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자신을 심심하게 생각할 세상의 많은 수현이에게 응원을 보내는 글. 계속 흔들리지만 가장 단단한건 수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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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민트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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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유원』의 감정은 '죄책감'이다. 유원이 죽은 언니에게 갖는, 자신을 구하려다가 다친 아저씨에게 갖는 공통된 감정이다. 원이의 성장서사가 담겨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이가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책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읽혔다.

『페퍼민트』를 읽으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왜 그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까 고민해보니 이 책 역시 기저에 '죄책감'이 깔려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시안과 해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시안은 식물인간인 엄마를 간병하며 학교에 다니고 있고, 시안의 엄마가 그렇게 된 까닭은 감염병의 부작용이었다. 감염병의 슈퍼전파자로 몰렸던 해원이네는 이름도 바꾸고 사는 곳도 바꿔가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 둘이 6년만에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시간동안 몰랐던 서로의 인생을 하나씩 알게 된다. 그리고 해원이와 시안이가 '죄책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노력과 과정을 작가는 담담하게 담아낸다. 또한 알 듯 하지만,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을 문장으로 명료하게 하는 힘이 이 작가에게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청소년 소설에서 보기 힘들던 '간병'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은 누군가를 간병해야 하고 또 죽기 전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문장이 마음을 친다. 그게 조금 일찍 왔을 뿐이라는 말과 시안의 자세하게 묘사되는 일상을 지켜보며 다른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나와 비슷할까. 자연스레 시안이 되어 있는 상상과 시안의 엄마처럼 되어 있는 상상을 동시에 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고단함, 수치심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생각하고 나아가 존엄사와 돈, 시간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죄책감이 떠오른다.

사이사이 보여주는 해원의 치열한 고3 생활과 그 일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안의 삶. 대학과 꿈을 고민하는 해원과 그런 미래를 생각하지 못하는 시안. 벗어날 수 없는 시안의 일상과 역시 벗어날 수 없는 해원의 과거. 해원의 현재를 흔드는 시안과 시안의 제안을 거부하는 해원. 계속 대비되는 두 아이는 누가 누구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을까.

무언가 출구없는 도로처럼 꽉 막혀버린 이야기가 내내 가슴을 조여오지만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회피할 수 없는 인생의 한 장면임을 받아들인다. 그걸 알기에 마지막 시안의 아빠의 행동을, 시안이 계획한 행동을 몰아세울 수 없는 나를 발견한다. 몇년 동안 계속 되는 감염병시대에, 예상할 수 없는 폭우를 맞이한 지금 이 이야기가 더욱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까닭이다.


+

『유원』에서 아저씨와 둘이 만나는 카페에서,

원이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하라는 쪽지를 주던

좋은 어른을 숨겨두었던 작가는

이번 책에서는 최선생님에게 그런 역할을 준 것일까.

읽으면서 시안에게

최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시안의 엄마에게도.

아이들을 그늘에서 벗어나

햇볕으로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 건

인생에서 만나는 '좋은 어른'의 역할임을 기억해야지.

++

챕터 자체가 '시안'과 '해원'으로 반복되며

두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엄청난 띠지를 붙였는데,

모두 '시안'의 챕터에만 붙어있었다.

( 옮길 문장을 고르면서 발견했다. )

내 마음이 어디로 가닿았는지 확인하는 순간이다.


수증기가 피어오르던 커피포트가 딸깍 소리를 내고 꺼졌다. 페퍼민크 차를 진하게 우린 후 나무 막대에 거즈를 감아 적셨다. 그리고 엄마의 입으로 가져가 맛보게 했다. 미각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매일 같이 엄마가 좋아하던 페퍼민트 차를 우렸다. 

풀잎 향이 병실에 퍼져 나갔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 나는 어린 시절로 잠시 돌아갈 수 있었다. 엄마의 방에서 피어오르던 박하 향이 지금의 나에게로 끼쳐 오는 듯 했다.(11쪽)

"너무 슬퍼하지마. 모두 결국에는 누군가를 간병하게 돼. 한평생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결국 누구 한 명은 우리 손으로 돌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야. 우리도 누군가의 간병을 받게 될 거야. 사람은 다 늙고, 늙으면 아프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키지 못하게 되니까. 너는 조금 일찍 하게 된 거라고 생각해 봐."(192쪽)

"이런 걸 365일 해야 한다면, 나는 마음을 다해 할 수 있어."

소파에 앉아 설거지하는 해원의 뒷모습을 보니 불쑥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이 365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야. 20대의 이시안과 30대의 이시안, 40대의 이시안이 이 방 저방을 오가며 소변 통을 비우는 모습을 내가 상상하고 만다는 거야."(211쪽)

우리는 재난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사실 그 누구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간병을 시작하는 경우는 없다. 그게 마지막 대화라는 걸 알았다면 엄마는 내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엄마는, 우리는, 분명 사랑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엄마의 가장 깊은 곳에서도 더 이상 엄마를 발견할 수 없고 엄마에게서 배어 나오는 것은 땀과 악취뿐이다. 나는 어둠 속에서 고름 같은 기억을 쥐어 짜낸다. 나는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썩지 않도록 엄마를 돌려 눕히는 일을. (220쪽)

감염병을 겪으며 사람들은 우리 안에 도사리는 무수한 두려움을 공유했고, 서로를 염려하는 마음은 회복의 실마리가 되었다. 그 마음을 한 번 더 믿어 보고 싶다. 우리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불안을 나눈다면 소중한 사람을 보호하면서 일상을 지속하는 삶과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세계를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 이야기가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작은 희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기를 바란다.(267쪽,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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