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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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않고 무심한 듯 건네는 글들이
뭉클한 위로를 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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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월함을 드러내는 연민이 아니라, 서로에게원하는 것이 있어 바치는 아부가 아니라,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는 외로움의 가능성을 보살피려는 마음이 있어 우리는 작은 원을 그렸다. - P55

온 마음을 다해 오느라고, 늙었구나.

내가 귀하게 여기는 한 구절이다.
노인을 경외하는 것은, 내가 힘겨워하는 내 앞의남은 시간을 그는 다 살아냈기 때문이다. 늙음은 버젓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한 결과일 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열차가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그러하듯, 흔들림 없이 잘 멈추기 위해서 늙어가는 사람은 서행하고 있다. - P68

다시 이전과 같이 나의 미래를 낙관하고 마음을 활짝 열어 사랑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해도 끝과 죽음을 먼저 고려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그늘 속에 몸을 둔 채로 볕을 보는 사람, 내 몫의 볕이 있음을아는 사람, 볕을 벗어나서도 온기를 믿는 사람은 될 수있을 것 같았다. - P97

문학은 결국 문과 창문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나보다. 단단한 벽을 뚫어 통로를 내고, 거기 무엇을 드나들게 하고, 때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고, 안에서 밖을 밖에서 안을 살피는 일. - P111

‘결‘은 한때나 사이의 시간을 뜻하면서 또한 나무나 물, 살갗의 무늬를 일컫기도 한다. 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라 어떤 단어와 함께 했을 때 모호하고 상대적인 세계를 펼쳐 보이고, 후자는 선명하게 보일 뿐아니라 만질 수도 있어서 단어에 몸의 감각을 부여한다.
그래서 ‘결’은 어느 쪽의 의미로는 ‘꿈‘이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꿈은 실재하지 않지만 실감이 있고, 꿈을 꾼다는 것은 정신과 밀접하지만 결국 몸의 일이기도 하다. - P115

체스터튼은 『정통』에서 그러한 무게의 해악을 설명하며, "자신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라앉지 말고 "자기를 잊어버리는 쾌활함 쪽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숙함은 인간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것이지만, 웃음은 일종의 도약이기 때문이다. 무거워지는 것은 쉽고 가벼워지는 것은 어렵다.
결국 발목에 추를 달 줄도, 손목에 풍선을 달 줄도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양극을 번갈아 오가는 게 아니라, 한 번에 두 겹의 감정을 포용하라는 것이다. 추를달 때 풍선을 기억하고, 풍선을 달 때 추를 잊지 않기.
삶의 마디마다 기꺼이 가라앉거나 떠오르는 선택이 필요하다면, 여기에서 방점은 기꺼이’라는 말 위에찍혀야 할 것이다. 기꺼이 떨어지고 기꺼이 태어날 것. 무게에 지지 않은 채 깊이를 획득하는 일은 그렇게 해서 가능해지지 않을까.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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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뭐. 다 제가 복이 없어서지. 이런 집서 태어난 게 죄고, 계집으로 태어난 게 죄지." - P17

푸실이는 선비를 똑바로 보고 다시 한번 말했다.
"글을 배워서 읽을 것입니다."
"그 약속 꼭 지키거라."
무슨 연유인지 푸실이 귀에 선비의 말은 간절한 당부처럼 들렸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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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뭐든 ‘누구 것인가‘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누구 땅, 누구 집, 누구 밥, 쓰레기라도 말이죠. 뭐가 되었건 다른 사람 걸 침범하면 싫어해요."
"뭐라고냥? 그게 지금 할 소리다냥? 고양이들이 남의 쓰레기를 먹고 싶어서 먹는 게 아니다냥. 숲, 들판, 시냇물까지 몽땅 시멘트로 덮어 버려서 우리가 사냥도 못 하게 만들어 버린 건 사람들이다냥. 적반하장이란 말도 모른다냥?" - P68

내 작은 노력을 이렇게 행복하게받아 주는 사장님한테 고마웠다. 사장님은 매일 공부도 안 하고 게으르게 잠만 자고 예쁜 척이나 하고, 무엇보다 쓸모없는 행동만 하는데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꼭 공부를 잘하거나 돈이 많거나 젊고 건강하거나 쓸모 있는 행동을 해야만 사랑받는 건 아니란 사실을 사장님을 보며 느꼈다.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도, 사람 눈에 쓸모없어 보이는 행동만 해도, 나에게 아무 이익을 주지 않아도 그냥 존재 자체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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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집사, 자네 선택해 보게냥. 엄마가 없는 고생, 아빠가 없는 고생, 아니면 돈없는 고생, 태어나 보니 나라가 없는 고생, 집이 없어서 길에서살아야 하는 고생, 먹을 게 없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훔쳐야 하는 고생, 이중에서 한 가지만 고른다면 뭘 고르겠냥?" - P50

"사람은 돈 없으면 꿈도 못 꿔요. 어제 선생님이 꿈이 뭐냐고 물어보는데 대답 안 했어요. 그런 철없는 질문 정말 딱 질색이에요. 전요, 돈 많이 벌고 싶어요. 가족이 헤어지면 다 소용없잖아요. 돈이 있어야 가족도 뭉칠 수 있잖아요."
"돈 고생이 제일 쉬운 고생이다냥."
돈 걱정할 필요 없는 부자가 일단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는것 만큼이나 짜증 나는 말이었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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