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말을 간추려 보면 "네 잘못이야."와 "잊어버려." 이 두 마디인 셈이지요. 하지만 나는 둘 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떻게 도둑맞은 게 도둑 잘못이 아니라 도둑맞은 사람 잘못일 수 있나요?
그리고 억울한 일을 어떻게 금세 잊어버려요? 나는 어머니,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이치에 안 맞는 말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 P31

"나무하고 장작 패는 일은 제가 할게요."
우리 아버지는 마음이 넓은 분인데, 가끔 안 그럴 때도 있는 모양입니다. "윤수야, 넌 여자가 왜 그러니? 누가 너더러 그런 일하래?"
나는 놀랐습니다. 아버지 입에서 "여자가"라는 말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거든요. 아버지도 어쩔 수 없는 ‘꼰대‘라는 걸 진즉에 알았어야 했나 봅니다. - P58

한 어린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착한 사람, 말썽꾸러기 등 여러 이웃과 마을 사람은 물론이요, 강아지와 소, 병아리도 필요합니다. 길, 강, 들, 산, 논밭 역시 있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에도 온마을이 살아 있어야 생명력이 오래갈 수 있고, 넓은 공감을 얻게 됩니다. - P100

나는 오늘을 사는 어른들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가끔은 아이들을 귀여워하며 ‘바라보지‘만 말고, 그 삶과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라고요.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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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디게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무언가를 좋아해도 된다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다. 세디게의 세상에는 하면 안 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만이 남아 있었다. 세디게가 무심히 입을 열어 말했다.
"나는 학교가 좋아. 아무도 떠나지 않는 학교." - P111

"처음 보는 사람이었어. 그 사람도 나를 모르는 거 같았어. 그냥 아무나 걸려라, 누구든 상관없다,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그런데 아니었어."
언니가 말을 멈추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기다렸던 거야, 나 같은 사람을, 자기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을." - P132

"묻잖아, 괜찮으냐고?"
괜찮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괜찮지 않았다. 앞으로 더괜찮지 않을까 봐 날마다 속이 졸아들었다. 이제 할머니도 없고, 엄마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웃었다. 엄마에게는 돌아갈 고향도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여기서도, 거기서도 나는 괜찮지 않았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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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의 부탁 - 제12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9
진형민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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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동화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던 시선으로
이번에는 십대아이들을 담아낸 느낌.

동화에서 반짝이고 유쾌했다면
이 책에서는 따뜻하게 안아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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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웃기는 건 뭔지 알아?"
곰이 지난번에 시장에서 하던 모데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 뼈의 주인이 둘 다 남자라고 하니까 사람들 하는 말이 바뀌었어. 두 사람은 형제라고, 사촌이라고, 전쟁 때 같이 싸우다죽은 전사들이라고, 모데나의 연인이 하루아침에 모데나의 전사가 된 거야. 웃기지 않냐?"
모데나 이야기는 코미디가 맞았다. 하나도 웃기지 않은 코미디였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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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는 한 좌담회에서 "소설 같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꿈같은 세계에서 삶을 배울 수 있는 게 동화만이 가지는 특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아동문화를 말하는 좌담회」, 『아동문화』 1948.11)
이원수의 말처럼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같은 세계를 통해 삶의 교훈을 전한다. 동화의 꿈은 현실의 결핍과 억압을 해소하는 숨구멍이 되며,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아이들의 꿈과 어른의 꿈은 보통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고통을 사회 문제로 인식하는 동화작가라면 개인적이고 일시적인 위안보다는 모두에게 소망스러운 세상을 그려 보이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꿈을 지니고 사느냐‘가 그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믿음 때문에 그리하는 것이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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