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궁극의 아이 : The Ultimate Child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6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보통 완독하면 바로 별점을 주는데 이 책은 며칠 묵혀뒀습니다.

점수 주기가 어렵더라고요.


이 책이 재미있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종이책으로 나와서 화제가 됐을 때 구할 길이 없어 애태우다가

전자책 출간 소식에 환호하며 바로 지르고 이제야 읽었습니다.


스케일이 큽니다. 배경도 여러 나라를 넘나들고 등장 인물들도 아주 굵직굵직해요.

시작부터 벌어지는 달라이 라마 총격, 미래를 예언한 듯한 신비한 동양 청년

그 남자와 관련이 있는 듯한 고도비만 여인 엘리스, 그녀를 찾아가는 FBI요원 사이먼

로스차일드 가문(불어로 읽으면 로쉴드 ㅋㅋ) 음모론이 생각나는 호크쉴드 가문도 그렇고.

궁극의 아이란 설정도

앞에 벌려뒀던 판을 뒤에서 꼼꼼하게 회수하는 것도

911같은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교묘하게 잘 끼워넣은 것도

작가가 공들여 구상한 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디테일이 아쉽습니다.

매력적인 소재와 설정들을 엄청나게 사용한 건 좋은데

필요하면 사용하고 필요 없는 경우에는 어물쩡 넘어가서

일관성이 없고 개연성이 떨어지고 어설픕니다.


10년 전의 일도 자세히 기억해야 하니 여주인공 엘리스를 과잉기억증후군으로 설정한 건 좋은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과잉기억증후군인 형사를 보고 나니 엘리스는 꽤 허접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기억하는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7살 때부터 모든 걸 기억한다면 힘들었을 텐데 10년 전 일을 기억해야 할 때 빼고는 보통 사람과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소설에서 필요할 때만 다 기억하는 여자인 거죠. 심지어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라는 문장도 나옵니다. 다 기억한다면서!!! 사실 이 문장이 나온 건 제가 느낀 이 작가의 또 다른 단점 때문이라고 봅니다. (후술할게요)


지난 10년간의 고통스런 세월을 표현해야겠기에 엘리스를 집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고도비만으로 설정했습니다.그래서 2층에도 못 올라가고 올라가다 난간을 부숴먹은 걸로 그려놓고는 필요할 땐 소리도 내지 않고 지하실로 숨고 심지어 방공호로 대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뉴욕을 누비며 활약(!)할 때는 힘겹다는 수식어가 들어가긴 하지만 파트너 발목 잡는 일은 없습니다. ㅎㅎㅎ


사소한 두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런 아쉬움들이 곳곳에 많습니다.

거대한 플롯이 주는 재미가 있지만 디테일에서 얻는 즐거움도 있을 건데

사건은 진행시켜야겠고

현실감있게 디테일을 짤 시간은 없고

설정을 지켜서 묘사하려면 생각해내야 할 게 너무 많으니

뭉뚱그려 넘어가는 곳이 참 많아요.


앞서 후술하겠다고 했던 제가 생각하는 작가의 단점은 상투적인 표현, 진부한 표현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거대한 스케일과 꼼꼼한 구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장이랄까요.

이건 주관적이라 참고만 해주세요.

일례로 데이트한 지 오래됐음을 표현하기 위해 과잉기억증후군인 여자에게

마지막으로 데이트를 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는 문장을 쓴 거죠.

십년 뒤에 기억해야 하니 기억에 남아야 할(!) 데이트나 각종 대사들도 클리셰로 넘쳐납니다. 드라마나 헐리우드 영화 장면들을 짜집기한 듯... 읽는 내내 오글오글거렸어요.


이런 부실한 디테일이 중간중간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충분히 속도감 있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굉장한 작품인데도 아쉬움이 남다 보니

아재 감성 충만하나 디테일까지 꼼꼼한 도진기 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도진기 작가 의문의 1승 ㅋㅋ)


작가의 <불로의 인형>을 읽을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불로의 인형이 더 낫다는 글을 어디서 봐가지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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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7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랑코 2016-12-07 20:10   좋아요 0 | URL
모기남 재미있어요. ^^ 아주아주 약간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극 추천합니다.

후속은... 일단 도진기님 책 중에 아껴둔 유다의 별부터 볼래요.

양손잡이 2016-12-08 0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이 나왔군요~! 굳굳!
흠, 저도 블랑코님과 똑같은 의견입니다. 이야기 자체는 매력적이나 디테일이 떨어지고 가끔 조악한 비유와 서술의 문장이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ㅠ
그래도 <불로의 인형>은 볼 예정입니다 ㅎㅎ

블랑코 2016-12-08 16:33   좋아요 0 | URL
ㅎㅎ 불로의 인형 보신다니 그럼 저도 따라 볼래요. ㅋㅋ 마침 같이 전자책으로 나왔더라고요. ^^

양손잡이 2016-12-08 17:34   좋아요 1 | URL
다음에 도서관 들를 때 빌려오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