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취지>

장르 소설이 시간 낭비라는 편견은 버리셈.

인생이 담겨있음. 연애도 배울 수 있음. 책도 보고 연애도 하고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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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코시건 시리즈 1권 <명예의 조각들>을 다시 읽으며

아랄이 코델리아를 어떻게 작업했는지 주의(?)하며 읽었습니다 ㅋㅋ


에이, 잘생겨서 그런거 아닌가요?

아랄은 미남자가 아닙니다. 키도 그렇게 크지 않다고 나와요. 전처와 사별한 마흔 넘은 아저씨입니다. 더구나 지저분한 첫인상을 주었죠.


바라야 장교는 코델리아보다 약간 더 컸다. 하지만 몸집이 단단하고 강인해 보였다. 희끗희끗한 흑발은 지저분했고 회색 눈에는 차가운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사실 바라야군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그의 전체적인 외모는 단정치 못했다. 위장복은 진흙투성이에 구겨져 있었고 코델리아와 마찬가지로 식물 수액이 잔뜩 묻어 있었다.


(중략)


커다란 턱과 곧고 넓은 코와 두터운 눈썹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의 턱 왼쪽에는 직각으로 꺾인 흉터가 있었다. 코델리아는 그를 보면서 끝간데 없이 땅을 파고들어 갔던 북부 전설 속의 난쟁이 왕을 떠올렸다.


TIP. 물론 외양이 기본적으로 받쳐줘야 합니다.

허나 잘생김 보다는

자주 씻어서 좋은 향기가 나고

단정하게 옷 입고 (스탠다드하게 입으세요)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고 (거슬릴만한 버릇이나 지저분한 습관 없애세요)

언제나 서글서글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세요.

호감가는 인상.. 이게 중요합니다.


1. 자기 본분을 다한다.

아랄은 철저하게 유능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식인종 소리를 들어가며 코델리아의 동료 고통을 끝내줄 수 있다는 말도 했고요. 이동하는 내내 다리를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약기운을 빌어가며 굳센 군인으로 행동했죠. 땅 파는 모습조차 군용칼로 풀을 베어내고 훨씬 더 효율적으로 땅을 팠습니다.


-> 자기 임무,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간에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유능하구나 + 진지한 인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랄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일어나서 어깨에 멘 짐을 바짝 끌어당겼다. “그렇다면 더 이상 그걸 캐내려고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겠군.” 아랄은 다시 군인다운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2.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1번으로 일단 진지한 인상, 난 내 일에 프로야, 란 인상을 주었다면

그 다음으로 의외의 모습, 빈틈을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진지함에 인간미를 추가하는 거죠. 너무 자주 하면 역효과 납니다만...


“명중이에요!” 코델리아가 기뻐하며 소리를 질렀다.
아랄은 어깨 너머로 그녀를 보며 아이처럼 웃고는 전리품을 챙기러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다.
“오.” 코델리아가 그의 웃음을 보고 멈칫하면서 중얼거렸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의 얼굴이 태양처럼 빛났다. 저 모습을 한 번만 더 보여주면 좋을 텐데. 그녀가 생각했다. 그리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임무가 있잖아. 임무만 생각하자고.


딱딱한 군인 그 자체였던 아랄이 아이처럼 웃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의외의 모습이죠. 하지만 코델리아가 얼굴이 태양처럼 빛났다고 느끼게 하려면 1번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군인인 코델리아 역시 아랄이 얼마나 군인다운지를 인정했어요. 하지만 파고들 여지는 줘야 합니다. 호기심 자극도 한 방법이죠.


코델리아는 군인답게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아랄이 정말로 무시무시한 사람이라면, 부드럽게 구는 순간이야말로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기심 때문에 대화를 지속하고 싶었다.


똑부러진다는 소릴 듣는다면 사소한 것에서 허점을 보여주면 됩니다. 직업적인 실수를 하게 되면 그건 무능하다고 찍혀요. 일단 호감을 느낀 상대가 어, 의외네? 라고 생각하고 파고들 수 있는 여지, 빈틈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반대로 평소에 허당 소리를 듣는다면 중요한 일, 위기 상황에서 의외의 능력을 발휘하면 됩니다.


3. 모호하게 호감 표현하기


“사흘 만에 우주인에서 원시인으로 추락했군요.” 코델리아가 소리내어 말했다. “그러고 보면 문명이라는 건 우리 자신이 아니라 우리가 쓰는 물건에 깃들어 있는 셈이네요.”
아랄은 그녀가 세심하게 돌보고 있는 두바우어를 흘끗 보고는 뒤틀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마음속에 문명을 품고 있잖소.”
코델리아는 대꾸를 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불빛이 얼굴빛을 숨겨주고 있어 다행이었다. “임무를 다하는 것뿐이에요.”


상대에게 호감을 표시할 단계입니다.

그런데 무턱대로 애정전선을 향해 가면 안 돼요. 선을 넘길듯 말듯 해야 합니다.

상대가 이게 그냥 칭찬인지, 마음을 표시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선이 딱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도 잘해냈을 거라고 생각하오. 전사의 어머니가 될 능력이 충분하니 말이오.”
코델리아는 아랄이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유머 감각이 상당히 메마른 사람이었다.


아랄은 진심이었겠지만 평소 이미지로 보아 칭찬인지 놀리는 건지 헷갈리게 되므로 코델리아는 그 말을 곱씹고 마음을 쓰게 됩니다. 아랄, 초고단수 ㅋㅋㅋㅋ


4. 간접 질문으로 필요한 거 얻어내기

이건 4번째 단계에 해야될 건 아니고 상대방을 얼마나 아는지에 따라 2,3 사이에 껴서 해도 됩니다. 싱글인지 아닌지 알아야 하니까요. 또 가족 관계등 파악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아주 융통성 있게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지. 혹시…… 소위가 애인이오?”
“두바우어가요? 세상에, 말도 안 돼요! 난 연하 취향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좋은 아이이긴 해요. 가족에게 돌려보내고 싶어요.”
“당신은 가족이 있소?”
“그럼요. 베타 개척지에 엄마하고 오빠가 있어요. 아버지는 탐사대에 참가하기도 하셨고요.”


“당신은요? 가족이 있나요?” 코델리아는 말을 꺼내고 나서야 불현듯 자신의 말이 미혼이에요?라는 질문의 정중한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5. 사적인 얘기로 가까워지기

어느 정도 선행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좀 더 친밀해져야 합니다. 이때 개인사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은데요. 상대방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과거를 바탕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목적은 우리 사이가 가까워졌나봐, 이 사람은 이런 모습인 이유가 저런 과거 때문이었구나 등 친밀함 쌓기 + 부수적으로 연민, 모성애, 존경심 등등 여러 긍정적인 감정들 자극인데... 역시나 수위 조절이 중요합니다. 너무 터놓고 이야기하면 부담을 느끼고 부정적인 감정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좀 더 기다렸다가 신뢰가 충분히 쌓인 뒤에.... 하세요. 


아랄이 행군을 시작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사관생도 시절의 몇 가지 일화를 냉소적으로 말했다. 아버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때 지상군을 지휘하던 장군이었고, 현 황제인 여우 같은 노인과는 동년배이자 친구 사이였다. 코델리아는 어린 아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기뻐하지 못하는 냉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보르코시건 부자는 보이지 않는 충성심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랄이 어머니와 삼촌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얘기를 합니다. 코델리아도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죠. 상대방이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이런 과거를 바탕으로 지금의 내가 있다.. 뭐 이런 얘기 되겠슴다.


아랄이 코델리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도 지금 바로 그걸 말하려고 했소. 암살자는 어머니의 배 쪽으로 음파수류탄을 던졌소. 그 순간부터 한동안 아무것도 들을수가 없었지. 모든 소리가 인간의 청력 범위 밖으로 밀려난 것 같았소. 남은 건 잡음뿐이었지. 고요함보다 더 무의미한 상태를 말하는 거요.”
“맞아요…….” 이 사람도 나하고 똑같은 걸 느꼈잖아. 하지만 표현은 더 멋지네. 코델리아가 생각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사이사이 3번을 시전하는 거 잊지 마세요.

“그렇겠지. 당신은 분노하면 나처럼 약해지는 게 아니라 강해지는 것 같더군. 나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소.”
아랄은 이상하게도 또다시 칭찬을 하고 있었다. 코델리아는 그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다문 채 발끝과 전방의 산과 하늘을 쳐다보았다.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아랄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후는...

진도 빼기 나름입니다.

아랄과 코델리아는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친구 이야기라면서 털어놓죠. 그렇게 서로의 아픔까지 이해하고 서로 의지하며 위기를 이겨나가죠. 그리고 코델리아가 돌아가야 하는 때가 다가오면서 아랄이 갑자기 청혼하는데 ㅋㅋㅋ 시간이 없었으니 그리 한 거지만.. 이게 다 먹히는 건 아니라서 추천은 못 해드려요.


암튼 호감이 어마어마한 상태에서 모든 여자들이 심쿵할 만한 프로포즈입니다.(TIP. 마음을 표현할 단계가 되면 확실하고 단호하게 표현하세요. 여기서 우물쭈물하거나 여전히 간접적으로 질질 끌면 답답해지고 자기 감정도 잘 모르나 싶게 됩니다. 솔직담백하게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세요.)


“어쩌면, 우리가 바라야로 돌아가고 당신이 자유의 몸이 되면, 거기 머무는 것을 고려해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소.”
“어디라고 했죠? 본생클라나 그런 곳을 가본다는 말인가요? 내가 얼마나 머물지는 모르겠지만…… 맞아요. 새로운 장소를 구경하고 싶어요. 당신네 행성을 보고 싶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오. 거기서 사는 걸 말하는 거요. 보…… 보르코시건 부인으로 말이오.” 아랄이 인상을 펴지 못하고 웃었다. “내가 일을 다 망치고 있군. 약속하겠소. 두 번 다시 베타인을 겁쟁이라고 부르지 않을 거요. 우리 젊은이들이 목숨 걸고 용맹을 겨루는 시합보다도 당신네 관습이 훨씬 더 용감하다는 것도 맹세할 수 있소.”


(중략)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건, 당신과 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오. 당신은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야 하오. 이제는 알겠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하지만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주, 중령, 베타 기준으로 보기에 내가 너무 서두르는 거요? 여러 날 동안 적절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소. 하지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구려.”


로설로 손색이 없는 보르코시건 시리즈 1권 <명예의 조각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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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girl 2016-07-0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랄 달달해요 가끔 코델리아 너무해 싶어요 특히 마일즈 낳을 때 ㅡ.ㅡ

블랑코 2016-07-01 18:34   좋아요 0 | URL
벌ㅆ 2권 보셨어요? 어서 따라가야지~~

Gothgirl 2016-07-01 18:44   좋아요 1 | URL
보르 코시건 시리즈는 50년 대여 당시 첫주자로 바로 읽어서요 번역 아직 안된건 아마존에서 사야지 하고 미루고 있어요 ^^;;

Gothgirl 2016-07-01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리뷰는 블님 역대급 센스인듯 ㅎ

블랑코 2016-07-01 18:35   좋아요 0 | URL
시리즈로 생각하니 기대해주세요. 근데 은근 시간 많이 들어서 보장은 못함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