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제가 가는 카페에서)

먼저 읽으신 분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살까말까 망설였던 책인데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자고 생각하길 잘한 것 같습니다.
전 매우 흥미롭게 읽었어요.

잘 맞는 비유는 아닙니다만
잘생긴 사람(또는 예쁜 사람)이 자신이 잘생긴 걸 알고 그걸 십분 이용할 때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잘생겼는데 본인이 잘생긴 걸 모를 때가 가장 이상적이죠 ㅎㅎㅎ(외모를 이용하지도 않고 눈도 즐겁고 ^^;)
못생겼는데 잘생긴 걸로 착각하고 행동하면 꼴불견이구요.

자신이 야수인 걸 자각하지 못한 야수는 정말 야수일까요?
이 소설은 야수임을 몰랐던 이가 각성하여 진짜 야수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건 작가가 한 말이고 책소개에도 나오니 스포가 아닙니다)
다 읽고 나서야 왜 제목이 <종의 기원>인지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그리고 이 소설은 '한유진'이란 인간의 인생 <서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에 대해 집요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 어두움을 보여주려고 자기 스스로 악인이 되어야 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지요.
그래서 1인칭 시점을 택한 것이고
독자는 내면에서 꿈틀거리고 진화하는 악을 세세히 볼 수 있는 장점을 얻은 대신
다른 인물들은 유진의 프리즘을 통해 굴절된, 유진의 눈을 통해 변색된 모습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가장 가까이 옆에서 지켜본 어머니의 관점은 일기란 도구를 통해 설명되고 있고요.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자신이 사이코패스임을 자각함으로써 진정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그 과정을 아주 치밀하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됩니다.
결말 역시 전 매우 마음에 들었고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이코패스와 좀 달라서 실망하신 분이 계시다면...
그건 풀을 먹으며 토끼로 길러진 야수였기 때문일 거예요.

다음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웃기지 마,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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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달걀 2016-06-17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관심이 많은데 제가 읽어본 가장 사이코패스를 잘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미 나게 읽었구요. 별점이 4개인건 일반 소설 읽던 습성 때문에 자꾸만 주인공 유진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는걸 발견하게 되서 흐름이 끊기더라구요... ㅎㅎㅎ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제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니 다른 분들은 더 혼란스러우실듯 해요. 그게 카페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일조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블랑코 2016-06-17 00:29   좋아요 0 | URL
달걀님 댓글 읽고 되돌아보니 전 1인칭인데도 감정 이입을 안 했더라고요. 제 마음속에 어둠이 없어서..가 아니고 ㅋㅋㅋ 설명은 못 하겠지만 뭔가 거리감을 두고 본 듯해요. 공감하는 면이 있긴 했는데 이입까지 안 된 걸 보면 단순히 화자가 남자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구요. 좀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ㅎㅎ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영화 행오버가 떠오르더라고요. 행오버 사이코패스 버전 ㅋㅋㅋ

Gothgirl 2016-06-17 0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미적지근하게 읽은건.. 유진 주변인들에게서 살아있는 캐릭터를 못느껴서였어요 친구고 엄마고 이모고.. 2차원에 그려진 그림보는것 같고 3차원에서 살아있는 사람 보는것 같지 않더라구요 모두 유진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장치가 되려다 그렇게 된건데 덕분에 유진의 캐릭터도 2차원이 되는 느낌이었어요
뭐.. 어쨌든 그렇다고 영 재미없어는 아니었지만 약간 아쉽다 정도

블랑코 2016-06-17 15:32   좋아요 0 | URL
전 엄마나 이모 보다 해진 캐릭터가 참 아쉬웠어요. 그냥 1인칭 시점의 한계려니 생각하려고요. 작가가 이후 이야기를 연작으로 낸다면.. 또 다른 한국형 사이코패스 시리즈가 탄생하지 않을까 (리플리, 덱스터 같은? ㅎㅎㅎ) 살짝 기대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