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은, 누군가를 가장 많이 또 깊이 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많이 생각한 마음이다. 내 모든 것을 지금 멈추겠다. 사라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 사랑해서 그랬습니다(28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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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타는 차가 재규어라니 나는 운이 좋다. 그러자 나를 시기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요코한텐 재규어가 안 어울려." 어째서냐. 내가 빈농의 자식이라서 그런가. 억울하면 너도 사면 되잖아. 빨리 죽으면 살 수 있다고. 나는 일흔에 죽는 게 꿈이었다. 신은 존재한다. 나는 틀림없이 착한 아이였던 것이다.
(...)
내게는 지금 그 어떤 의무도 없다. 아들은 다 컸고 엄마도 2년 전에 죽었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죽지 못할 정도로 일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남은 날이 2년이라는 말을 듣자 십수년 동안 나를 괴롭힌 우울증이 거의 사라졌다. 인간은 신기하다. 인생이 갑자기 알차게 변했다. 매일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유의 획득이나 다름없다.

- 생활의 발견, 242 ~ 243p

내가 너무도 건강하고 쾌활하니까 "요코 제일 오래 살 것 같아"라는 말도 가끔 듣는다. 그럴 때면 죽을 자신이 없어져서 곤란하다.
사람은 태평스러운 존재다. 그간 실수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는 나조차도 ‘내 인생은 썩 괜찮았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 편할 대로 생각하는 사람은 정말로 나뿐일까?

- 생활의 발견, 244 ~ 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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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보편화되지 않고 공유되지 않는다. 장모님의 초상을 치르면서 나는 그 절대적인 개별성에 경악했다.
- 목숨 2, 143p.

원고료로 받은 1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마누라 몰래 쓰려고 책갈피 속에 감추어놓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맹자> 속에 넣었다가, 아무래도 옛 성인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다른 책으로 바꾸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맹자> 속에도 없고, <공자> 속에도 없고, <장자> 속에도 없고, 제자백가서와 동서고금을 모조리 뒤져도 없다. 수표를 찾으려고 <장자>를 펼쳐보니 "슬프다, 사람의 삶이란 이다지도 아둔한 것인가! 외물에 얽혀 마음과 다투는구나"라고 적혀 있어 수표 찾기를 단념할까 했으나 또 그다음 페이지에 "무릇 감추어진 것치고 드러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였으니, 내 언젠가는 기어이 이 수표 두 장을 찾아내고야 말 터이다.
- 돈3, 186p.

서민이 선이고 귀족이 악인 것도 아니다. 가난뱅이가 선이고 돈 많은 자가 악인 것도 아니다. 그 반대도 아니다. 부자가 부자의 악덕에서 헤어나기 어렵듯이 가난뱅이에게도 가난뱅이의 악덕은 있다. 또 부자의 미덕이 있듯이, 가난뱅이의 미덕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전면적으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 그렇게 뼛골 속부터 서민이고 서민이 그렇게 좋으면 서민으로 꾸역꾸역 일이나 하고 살면 되지, 대통령은 왜 하겠다는 것인가.
- 서민,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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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만 가면
고약한 결점이 다시 나를 방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 자신이 결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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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란 어떤 사람일까?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채인선 글, 한지선 그림 / 미세기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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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숫기가 없고 예민한 큰애는 친구 사귀기를 힘들어 했다. 낳았을 때부터 그러리라 짐작했던 것이 딱 낳아놓고 보니 내 판박이인게 생긴대로 논다고, 성격도 나를 닮을 줄 알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사회 생활(?)을 좀 시켰다. 이십 몇 개월인가부터 어린이집을 들어가 유치원까지 만 5년을 별 탈 없이 지냈으니, 학교에 가도 특별히 친구관계에 어려움이 없으리라 여겼다. 그래도 보험 삼아 내가 휴직계를 내고 들어앉았다. 여차하면 내가 발 벗고 나서서 친구를 만들어 줄 참이었다. 1학년때  친구가 6년은 간다하지 않는가. 6년을 우리 애가 친구 없이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도 바짝 긴장이 들어서다.

 

   그래도 1학년은 쉽지 않았다. 그 엄마에 그 딸인지, 나도 그리 사교적이지 않으니 아이에게 이렇다 할 코칭을 해 줄 수가 없는 것이었다. 여차 저차 엄마들은 사귀어 놨지만 엄마들이 모여서 수다 떠는 동안 우리 애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을 뿐이었다.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 줄 수 없는 것이란 걸 뼈저리게 통감하는 순간이었다.

 

   엄마, 애들이 끼리끼리 놀아, 나는 안 끼워줘. 이 말이 가슴을 후벼 팠다. 따돌림 당하는 게 아니어도, 참 마음 아플 일이었다. 가장 순진무구하게 뛰놀며 학교생활을 즐겨야 할 1학년 시기에 우리 아이만 어울리지 못하고 멀뚱멀뚱 겉돌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학교 가기 싫어, 나만 친구가 없단 말이야. 이런 말을 되풀이해 들으며 그럭저럭 1학년을 마쳤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후반부에 가니 아이도 제법 안정감을 찾은 듯 해 나도 그만 (부랴부랴) 직장으로 돌아갔다.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지는 언제 다시 말할 짬이 있을 것이다. 내 평생 별 탈 없으면 휴직은 없다. 난 정말이지 직장 생활 체질이다. 내게 남은 육아휴직 가능 기간은 26개월. 쓰지도 않을 거, 팔 수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나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친구 사귈 걱정에 잠 못 자던 내 어릴 적을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겨우 1학년을 마쳤는데. 이것을 또 되풀이해야하나.

 

   다행이도 기우였다. 2학년 학부모 참관수업에 가니 쉬는 시간이 되어도 학교에 찾아온 엄마는 돌아보지 않고 제 친구에게 쪼르르 가버린다. 다행이다. 일단 친구를 만들었으니. 한 고비 또 넘긴 셈이다.

 

   이제 시작이다. 녀석의 교우관계는. 친구의 존재에 대한 생각은 앞으로 그녀석이 자라는 만큼 변할 것이다. 친구는 어떤 존재인지, 친구라는 세계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친구가 잘 되는 것에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었다.

 

   채인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다. 채인선 작가의 글은 늘 단순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명료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한다. 친구에 대한 모든 것을 질문으로 담아놓았다. 아이에게 그림책의 가장 첫번째 질문을 해보았다.

 "영아야, 친구는 어떤 사람일까?"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같이 노는 사람이지 뭐. 그러네. 정답이데. 여기도 그렇게 써 있구만, 같이 노는 사람이라고.

   그러니 씩 웃는다. 책이라고 어려울 게 없구나. 친구가 같이 노는 사람이 맞구나 싶은가보다. 그제야 책에 집중하더니, 금세 친구란 존재에 대한 더 깊은 물음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많이 어려울 것이다. 질문이 주는 의미도, 그 답을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도.

 

   부디 이 책을 자주 펴보면 좋겠다. 이제 가 아니라 우리라는 관계에 발 들여놓은 아이지만, 곧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 터이다. 친구의 눈에 들기 위해 를 놓아버리는 순간도 올 것이다. 친구와 함께하기 위하여 내 도덕적 신념과 반대되는 일을 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친구에 대한 열등감에 몸을 떠는 고단한 밤도 있을 것이고, 친구의 좋은 날에 기꺼이 박수쳐주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에 시달리는 날도 맞을 것이다. 나를 꺾지 못해 고독을 맛보기도 해야 할 테고, 배려를 하려다 불편을 만들어내기도 할 것이다. 그때마다 이 책을 펴고 다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면서 길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책과 함께 우리 아이 인생에 있어 친구란 존재가 가르침이고 축복이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그리고 이 나이에도 여전히 친구라는 존재가 어려운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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