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서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보편화되지 않고 공유되지 않는다. 장모님의 초상을 치르면서 나는 그 절대적인 개별성에 경악했다.
- 목숨 2, 143p.

원고료로 받은 10만 원짜리 수표 두 장을 마누라 몰래 쓰려고 책갈피 속에 감추어놓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맹자> 속에 넣었다가, 아무래도 옛 성인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다른 책으로 바꾸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맹자> 속에도 없고, <공자> 속에도 없고, <장자> 속에도 없고, 제자백가서와 동서고금을 모조리 뒤져도 없다. 수표를 찾으려고 <장자>를 펼쳐보니 "슬프다, 사람의 삶이란 이다지도 아둔한 것인가! 외물에 얽혀 마음과 다투는구나"라고 적혀 있어 수표 찾기를 단념할까 했으나 또 그다음 페이지에 "무릇 감추어진 것치고 드러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였으니, 내 언젠가는 기어이 이 수표 두 장을 찾아내고야 말 터이다.
- 돈3, 186p.

서민이 선이고 귀족이 악인 것도 아니다. 가난뱅이가 선이고 돈 많은 자가 악인 것도 아니다. 그 반대도 아니다. 부자가 부자의 악덕에서 헤어나기 어렵듯이 가난뱅이에게도 가난뱅이의 악덕은 있다. 또 부자의 미덕이 있듯이, 가난뱅이의 미덕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전면적으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다. (...) 그렇게 뼛골 속부터 서민이고 서민이 그렇게 좋으면 서민으로 꾸역꾸역 일이나 하고 살면 되지, 대통령은 왜 하겠다는 것인가.
- 서민, 19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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