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는 혼자 마셔요. 더 깊이 외로워지죠. 언제든, 누구에게든, 다 말할 수는 없잖아요. 말할수록 수치심 한가운데에 빠지고 말아요.
매번 느끼지만 수치심은 슬픔보다 힘이 더 셉니다. 항상 이겨요. 물론 제 경우에요. (32p.)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곤 했죠.
하나님을 믿는 마음이 부족해서 어둠을 무서워하는 것이다!
네, 나는 하나님이 누군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그분을 열렬히 믿는 것까지지 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의 설명으로 듣는 하나님은 엄하고 무서운 어느 집안 몇대손 할아버지 같았거든요. 국회 부의장과 총리 후보, 국회의원 두어 명을 합쳐놓은 것 같은 그런 할아버지.(99p.)
금세 눈치챈 삼촌이 화들짝 놀라 연신 미안하다며 손을 좀 펴보라고 했지만 저는 계속 버텼죠.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다치지 않았다고요.
모두가 나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을 때 저도 놀랐어요. 순식간에 수치심이 확 끼얹어졌거든요.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참고 있엇다는 사실이 까발려졌을 때, 인내가 그토록 거대한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줄은 몰랐어요.(153p.)
자살한 사람은 천국에 가지 못한다. 절대로 지옥에 간다.
난 이런 말을 진지하게 믿지는 않아요. 하지만 도박 같은 거예요. 천국이 있다면, 할머니는 거기에 갔을 만한 사람이에요.
나에게는 이게 사랑 이야기죠. 한 번이라도 그분을 더 만나고 싶어요. 파스칼의 도박이라고들 하죠.
하나님이 있다고 믿는 게 결국 남는 장사라는 이야기. 그나마 사랑이라는 걸 알려준 할머니를 만날 수만 있다면 천국이 있다는 데 걸고 싶어요.(205p.)
진지하게 엄마에게 날 왜 낳았느냐고 했다가 왜 하필 네가 수정됐니,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시간에 나대서 수정이 안 됐으면 될 일을 뭐하러 나댔니, 라고 엄마가 짜증난 얼굴로 묻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더라구요 그래요. 나댄 죄지 뭐...(2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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