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얘기가 다 끝난 뒤에도 할멈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갑자기 표정을 바꾸었다.
- 네 엄마 말이 사실이라면, 넌 괴물이다.
엄마가 입을 쩍 벌리고 할멈을 바라봤다. 할멈은 내 눈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한껏 올라가고 눈꼬리는 아래로 축 쳐져서 입과 눈이 만날 것 같은 미소였다.
-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 그게 너로구나!
그러곤 내 머리통을 아프도록 쓰다듬었다. 그때부터 우리 셋의 생활이 시작되었다.(p.45)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 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p.153)

- 근데 엄마, 그거 무슨 뜻인지 알고나 쓰는 거야?
할멈이 도끼눈을 떴다.
- 그럼!
그러더니 낮게 읊조렸다.
- 사랑.
- 그게 뭔데?
엄마가 짓궂게 물었다.
- 예쁨의 발견.
愛의 윗부분을 쓴 할멈이 가운데 마음 심(心)자를 써 내려가며 말을 이었다.
- 이 점들이 우리 셋이다. 이 점은 내 거, 요건 너, 이건 쟤!
그렇게 해서 우리 가족을 나타내는 점이 세 개 박힌 愛가 완성됐다.(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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