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6년간 출간된 우리나라 창작 그림책은 320여 종, 이어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은 600여 종이다. 10년 기간을 둘로 나누면 수치상으로 언제쯤부터 증가의 폭이 많은지 알수 있다. 2006년 이후 4년간 이전보다 평균 3배 이상 늘었고 작가층도 훨씬 두터워져 2005년까지의 50여명에 비해 그 이후는 140여명 이상으로 갑자기 증가한다.

 

 발행 출판사 역시 6년간 20여개 출판사가 그림책을 1종 이상 출간했던 데 비해 그 이후 현재까지 해마다 갑절이 넘는 50곳 이상이 창작그림책을 내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이같은 현상을 수치로만 본다면 아마 특정한 요인에 의한 과열로 볼 수 있다. 이미 1990년대부터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간과한다면 그렇다. 이들 중 일부는 데뷔 초기에 소위 '전집'이나 '시리즈' 기획에 참여해 그림책의 작업 과정과 감각을 터득하면서 잠재력을 축적해왔다. 여기에 때마침 신규 출판사들이 그림책 분야로 진출하면서 새로운 작가군이 필요해졌다.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더 매력적인 흡인 요소로 작용한 것 중 또 하나는 외국 그림책의 국내 번역 출간이었다. 한 출판사가 1993년 미국작가 버지니아 리 버튼의 1942년 작품 <작은 집 이야기(시공주니어)> 를 필두로 3년 동안 무려 60여 종, 5년 동안 100여 종을 출간해냈다. 뒤를 이어 다른 한 곳도 1995년부터 비디오 그림책<곰(레이먼 브릭스, 비룡소)>의 발행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100여 종을 발행했다. 2005년까지 10여곳의 출판사들은 400여 종 남짓한 외국 그림책을 발행해왔다. 이 가운데 영미권을 포함, 유럽의 19세기 고전부터 인기 있는 유명 작가의 그림책이 거의 망라되어 명실 공히 세계 그림책의 전시장을 옮겨 놓은 듯했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이렇게 다양한 이미지의 홍수를 경험하면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특정한 시기를 가르며 많은 차이를 보이는 출간 러시는 이런 이유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2006년 쯤엔 세계의 그림책 시장이 점차 하나로 통합되어가는 양상을 보여준다. 거의 모든 20세기 유명 걸작이 나온 뒤 이제는 언어권 구분 없이 인기 있는 작가의 새로운 타이틀을 우리나라에서 동시 출간하는 마케팅이 늘어가고 있다. 여기에 한 몫을 더해주는 이슈들이 있다.

 국가간, 언어권별 장애를 어렵지 않게 넘나드는 국제박람회에서의 교류다. 1998년부터 눈에 띄에 늘어나기 시작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박람회 참관 행렬은 매년 우리나라 출판 관계자를 포함해 일러스트레이터, 어린이책 애호가까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43회째를 맞는 2009년, 이 박람회가 한국을 주빈국으로 결정함으로써 정점에 다다랐다. 한편으로 이 박람회가 공모한 세계 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원화 수상작품들이 일본에 이어 2009년과 올해 연이어 전시된 바 있다.

(중략)

 여기에 국제적인 전시 이벤트 못지않게 국내 아티스트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잇따른다. 이미 중견작가로 활약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일부 작가는 갤러리에서 독자적인 전시회를 열거나 그룹전을 통해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림책 작가로 입문하기 위해 준비 중인 신인 일러스트레이터들도 비공식 아카데미활동과 작업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채워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기까지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111~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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