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할머니는 소인이 찍힌 한 장의 우표 같은 느낌이었다. 아주 작고, 평면적이고, 어느 날 삶의 쓰임새를 다해 이제는 극도로 조용하게 우표책에 꽂혀 계신 분.

<6. 고요한 세계 中>

- P68

무신론자의 세계는 공허하지도 냉정하지도 않다. 인생의 앞과 뒤에 그 어떤 다른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해도, 겨우 100년 어름의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고 아름답고 사랑할 만하다. 생의 과정과 결과에 신의 포상이나 처벌이 따르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선하게 살아가려 애쓴다. 포상이 따르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고결한 것이 아닌가? 할머니 같은 사람들의 그 목적 없는 의지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진다.
죽은 다음에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할머니가 물려준 그 아름다운 세계관에서 유일하게 슬퍼지는 부분이다.

<8.할머니께 가는 길 中>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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