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당선, 합격, 계급>을 쓰며 나는 한국 독자들이 적절한 추천을 받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중요한 고리들이 빠져 있거나 부서져 있어서, 독서 생태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그래서 그냥 유명한 작가의 책을 집어 들게 된다고.

<우리가 사라지면 中>

- P258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는 특히 청소야말로 매우 폭력적인 작업으로 느껴지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남성성이 강화되는 것 같다. 청소는 예술보다는 공학에, 이해나 교감보다는 정복과 통치에 가깝다.
나는 방바닥의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방바닥과 소통하지는 않는다. 나는 방바닥이 원하는 바가 뭔지 알지만(먼지로 몸을 덮어 유적이 되고자 한다), 그 욕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나는 자연을 밀어내고 인공의 세계를 유지한다. 나의 질서를 강요한다. 먼지가 쌓인다. 쓸어버린다. 얼룩이 진다. 제거한다.

<청소의 도(道)와 선(禪) 中>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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