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있다면 몇 살이 좋아?"
동년배 친구들과 젊음이 화제가 되면,
"서른여덟 살 정도가 좋아."
대체로 이즈음의 나이가 나온다. (...) 충분히 젊다. 그리고 내가 강해졌구나, 하는 것을 그제야 느낄 수 있는 나이다.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고 싶다, 생각되어야 한다, 하는 마음에서 해방되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다.

<갖고 싶은 것 中>
- P30

떨어져 살고 있으니 본가에서의 사소한 대화가 전해지지 않는다. 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 핑계로 나는 아버지에게 다가온 죽음을 앞에 두고 일을 하고, 가을 옷과 구두를 사고, 카페에서 케이크를 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그 주제에 슈퍼에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것을 보면 눈물이 솟구쳤다.

<어묵을 사러 中>

- P37

오늘 밤, 내가 집에 갈 때까지 살아서 기다려주길 바랐다.
엄마와의 전화를 끊은 직후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신칸센에 흔들릴 무렵에는 그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것은 아버지의 죽음이다.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누구를 기다리고 기다리지 않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 개인의 아주 고귀한 시간이다. 날 기다려주길 바라는 것은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저녁놀 中>

- P73

그런데 희한하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제 아버지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걱정하며 울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메였던 가슴이 풀리는 것 같았다. 도쿄에 도착해 서둘러 피아노와 영어회화 레슨에 갔다.

<냉장고의 여백 中>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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