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낮잠을 잘 때도 노든 곁에는 아내와 딸이 있었다. 가끔씩 노든과 아내는 코를 맞대고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내의 코를 발로 차기도 하고, 노든의 코뿔에 옆구리를 긁어 대기도 했다. 둥근 달이 높게 뜬 밤이면 훌륭한 진흙 구덩이를 찾아 달빛을 받으며 목욕을 즐겼다. 거기에 보슬보슬 비까지 내리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노든은 아내와 딸에 대해서는 항상 말을 아꼈다. 아내와 딸은 노든의 삶에서 가장 반짝이는 것이었고, 그 눈부신 반짝임에 대해 노든은 차마 함부로 입을 떼지 못했다.

<뿔 없는 코뿔소 中>


어느 날 밤, 나는 노든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이 노든과의 마지막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의 바다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든의 눈을 쳐다보며, 눈으로 그것을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도 그것을 알았다.

<코뿔소의 바다 中>

- P117

이 작품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심사평 中>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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