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부드러움이 증발해 버린 목소리로 할머니가 말한다.
"내가 그냥 포기해? ㅣ아니야! 나 안 가고 싶어. 너 두고 가기 싫어. 준비 안 됐어. 그래도 그거 내가 결정하는 거 아니야. 내가 결정하는 거 ‘지금‘ 어떻게 사느냐뿐이야. 그러니까 너 그거 뺏지마."

- P120

"엄마는 내가 운전 안 한다고 화내는데, 나는 차에 타기만 하면 아빠 생각이 나."
우리는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언니는 운전을 멈추었고 나는 언니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겨우 들리는 작은 소리로, 언니가 말한다.
"이걸 또 겪어야 하는 게 너무 싫어. 떠난 사람은 기억 속에 산다고 하는데, 전부 기억할 순 없고, 기억을 지키지 못하면 그걸로 영영 끝인 거야. 사랑했던 사람이 없어지는 거야."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 무엇이 남을까? 그래도 할머니가, 아빠가 우리 마음속에 살까?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들을 잊은 후에도? 그리고, 원래 알지 못했어도?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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