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는 공부라는 것을 하는 법이 없다. 그토록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공부를 했어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벤야멘타 학원에선 그 희귀한 우둔함을 더욱더 갈고 닦기 위해 들어온 듯싶다. 그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예전보다 훨씬 더 무지해질지도 모른다. 그의 무지가 더욱 만개하면 안 될 이유는 뭐란 말인가?

- P47

<벤야멘타 소년 학교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라는 우리들의 교과서 속에. 그 책의 8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있다. ‘올바른 행실은 꽃이 만개한 정원이다.‘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는 스스로 알아서 혐오스럽고 어두운 지옥 속을 걷는다.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하면, 그 대가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점무늬를 그리는 숲에서 산책을 하게 된다. 이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가!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의 어린 견해로 볼 때 교과서의 이 친절한 명제 안에는 어떤 진실이 들어있다.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되면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고 화가 나는데, 바로 그것이 진땀이 나도록 고통스러운 지옥인 것이다. 그 반대로 조심성 있게,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행동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누군가가, 친근하고 또 천재적인 그 무언가가 그의 손을 잡아주는데, 그것이 정원이며, 호의적인 섭리인 것이다.

- P93

샤흐트를 도와야만 하고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신일 것이다. 하지만 신들이 여럿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신은 오직 한 분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그분은 누군가를 돕기에는 너무나도 숭고하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누군가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 그 일은 전지전능한 이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최소한 난 그렇게 느낀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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