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도 없이 노학자 로저 칠링워드와 결혼한 헤스터 프린은 남편에 앞서 영국을 떠나 신대륙 뉴잉글랜드 보스턴에 이주, 목사와의 사이에서 딸 펄을 낳고 간통죄의 형벌로서 주홍글자 A(간통을 뜻하는 adultery)를 평생 가슴에 달고 살아야 하는 치욕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경멸과 고립을 의연하고 봉사적 삶으로 극복하며 안정된 시민으로 정착한다.

칼비니즘의 신봉자인 신앙이 두터운 청년 목사 아더 딤즈테일은 펄의 아버지임을 밝히지 못한 양심의 가책과 깊은 고뇌 속에서 영혼의 병을 앓는다.

보스턴을 떠나자는 헤스터의 권유에 잠시 죄의식의 굴레를 벗어버리는 자유를 꿈꾸나 결국 세상에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죽음을 맞는다.

3년간 토인과 인디언들에게 억류되어 전통적 의술, 민간요법 등을 익혀 명의가 되어 돌아온 헤스터의 남편 로저 칠링워드는 두 남녀에게 비인간적이고 사악한 방법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복수심에 집착하는 생을 살아간다.

 

청교도적인 인습적 도덕이 심했던 17C 뉴잉글랜드를 배경으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임으로써 운명을 극복해내는 강인한 개척정신의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 신대륙에서의 낙원을 꿈꾸는 이상주의와 한 여인과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적인 면, 신성과 인성의 양면성이 존재하는 아더 딤즈데일 목사, 비열하고 사악한 앙갚음으로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악마성을 상징하는 로저 칠링워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성격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에필로그 : 목사, 노의사가 죽은 후 (헤스터 남편 로저는 목수의 상대가 죽자 생의 목표를 잃고 곧이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노의사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은 헤스터와 펄은 한동안 보스턴에서 사라진다. 먼 훗날 목사의 비석에 헤스터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판석이 세워져 있고, 흐릿하고 음침한 검은 바탕에 주홍글씨 A’라고 쓰인 흔적이 발견되다.

 

요즘 새로 편집된 책 제목은 <주홍글자>, 표지도 강렬하고 인쇄 글씨나 지면도 밝아 새 책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가 요즘 새로이 읽기 시작한 고전은 20년 전의 <학원 한국·세계 문학 전집>인 탓에 뽑아 읽을 때마다 갈등을 느낀다.

세계·한국 고전이 대부분 다루어져 구입 할 명분도 없거니와 새록새록 출간되는 욕심 나는 책들로도 비용이 자유롭지 않으니 사치스런 쇼핑은 접기로 했다.

 

서점에서 나는 늘 돈이 많았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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