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사실을 근거로 했음을 암시하듯 역사서나 논픽션의 형식인 로마 교황청에 한 가지 보고가 들어왔다로 시작한다.

간결한 사태 전달이 소설 전반에 흐르는 심리적 긴장감을 짐작케한다. 신학적 재능과 투철한 신앙심으로 신뢰가 기었던 페레이라 크리스토반 신부가 고문 끝에 파교했다는 충격에 페레이라 신부의 제자였던 로드리고 세바스티앙 신부는 두 동료신부와 함께 절망감과 두려움을 무릎쓰고 일본 도항을 결심한다.

 

비겁한 안내자 기치지로의 배신에 체포된 신부는 페레이라 신부의 회유와 그리스도 신도였던 이노우에 지쿠고노의 압박과 굴욕 앞에서 하나님께 기도하며 응답을 기다린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성화를 밟지 않고 참혹한 죽음을 택하는 순교자들, 자신의 나약함을 앞세워 동료들을 배신하며 괴로움에 방황하는 기치지로.

신부의 배교를 강요하며 신부 대신 신도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일본 관리들.

로드리고 신부는 자신의 신앙을 위해 신도들의 죽음을 지켜본 것인지, 그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성화를 밟을 것인지 침묵하는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이 원하는 참된 사랑과 선은 무엇인지, 깊은 고뇌와 회의에 빠진다.

결국 신부는 밟혀져 닳고 패인 성화 앞에 서서 그리스도의 참된 소리를 들으며 하느님의 사랑과 존재를 깨닫게 된다.

밟아라, 밟아라,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

다섯 개의 더러워진 발가락이 사랑하는 하느님의 얼굴을 덮을 때 격렬한 기쁨의 감정을 느끼며 다짐한다.

성직자들은 이 모독의 행위를 질책하겠으나 결코 그분을 배반하지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형태로 그분을 사랑한다. 이 시련을 통해 그의 사랑을 알게 되었으며 이 나라에서 최후의 가톨릭 신부로 남았다.”

이 세상에는 말입니다. 약한 자와 강한 자가 있습니다. 강한 자는 어떤 고통이라도 극복하고 천국에 갈수 있습니다만, 저같이 천성이 약한 자는 관리의 고문을 받으면........”

강한 자도 약한 자도 없는 거요. 강한 자보다 약한 자가 고통스럽지 않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소?”

 

주여, 당신이 언제나 침묵하고 계시는 것을 원망했습니다.”

나는 침묵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있었을 뿐.”

당신은 유다에게 가서 네가 할 일을 이루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네게 성화를 밟아도 좋다고 말했듯이 유다에게도 하고 싶은 일을 이루라고 말했다. 네 발이 아픈 것처럼 유다의 마음도 아팠을테니까.”

 

소설 속에서는 하느님이 하나님으로 표기되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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