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이라고 불린 집에서 그날 밤 내가 찢어발긴 종이 위의 이름을 보았어. 그 이름은 무슨 태엽 달린 오렌지에 대한 이야기였지. 바흐를 들으면서 그 음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이해하게 되었고, 그 오랜 독일 거장의 아름다운 갈색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인간들을 더 세게 패주고 갈가리 찢어 마룻바닥에다 내팽개치고 싶다고 생각했지.
- P44

그 일요일 아침 신부는 책을 펼쳐 말쌈을 들어도 눈곱만치도 받아들이지 않는 놈들은 마치 모래 위에 세워진 집 같아서 비가 퍼붓고 하늘을 찢는 천둥이 내리칠 때 그런 집처럼 끝장이라는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었지. 그러나 나는 멍청한 놈들만이 모래 위에 집을 짓고, 또 그런 놈들은 으레 그런 집을 짓는 게 얼마나 멍청한 일인가를 말해 주지 않는 아주 냉정한 동무들과 고약한 이웃들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
- P96

착하게 되는 것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6655321번. 착하게 된다는 것은 아주 끔찍한 일일 수도 있어. 말하고 보니 자기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번 일 때문에 며칠 동안 잠 못 들어 할 거야. 신은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 P114

넌 지금 기도의 힘이 닿지 않을 곳을 향해 다가가는 것이란다. 생각만 해도 아주 끔찍한 일이군.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는, 윤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제거당하겠다는 선택을 내릴 때, 넌 진짜로 선을 선택한 것이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구나. 신이 우리 모두를 돌보시겠지, 6655321번,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 모든 일이 잘될지도 몰라, 누가 알아? 신은 신비한 방식으로 역사하시니까.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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