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짜이마우가 진지하게 결론을 내렸다
"장즈첸이 우릴 위해 죽었으니 우린 더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해. 살아남을 수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어! 우린 죽을 수 없어. 죽어선 안 돼! 누구든 죽는다면 장 선생에게 죄를 짓는 거야!"
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핑계가 되었다. 록남초이는 씁쓸했지만 삶을 향한 그들의 강력한 의지에 감동했다. 사실 돌이켜 보면 그 자신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허스 진에서 광저우로, 다시 홍콩으로 오기까지, 뭐든 다 했다. 굶어 죽지 않을수만 있다면, 나아갈 길이 있기만 하면 그게 뭐든 상관 없었다. 그 어떤 것이든 핑계 삼아 자신을 설득했고 그 어떤 핑계든 기꺼이 믿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는 것이 오직 살기 위함이란 걸, 죽고 싶지 않고 죽을 용기가 없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산다는 것, 이 얼마나 비굴하고도 장엄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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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뒤 둘이 함께 레스토랑을 열자고 했을 때 모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쓸모가 있어야 해. 쓸모 있는 사람만이 사랑할 자격이 있지. 아니면 짐이 되거든." 그때 록남초이는 모리스이 그 말이 사랑하다면 상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상대를 위해 헌신했다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 상대에게 받았으면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는 뜻이 더 들어있었다. 알고보니 사랑이란 정확한 차용 관계였다. 사랑이란 은행에서 돈을 빌리거나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는 것과 같다. 유일한 차이점은 차용증이 있느냐 없느냐일 뿐. 마침내 빚을 갚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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