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월에 읽었던 콜롬비아 작가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재미나 감동과는 달리 인상적(등장인물, 특정 장소에 신경이 쏠리는?)이었다는 기억을 남긴 책이다. 또 자신있게 권하는 책.

 

내용 전체적 바탕으로 느껴지는 고독함과 음습한 기운, 운명적, 거부할 수 없는 삶들, 가문의 저주, 초인간적인 주인공의 강인함 등이 황당무계하고 마술적 표현으로 그려져있어 난해한 느낌도 있다.

 

번역가 송병선 씨가 후기에 소개한 4편의 영화 내용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는 셈이다. 운명의 힘을 믿는 사라와 인연의 끈을 잡고있는 조나단의 낭만적 사랑을 그린 피터 첼섬의 <세렌디피티>

노인들의 추잡한 사랑이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사랑의 설렘과 열정이 노인에게도 다분히 존재함을 밝힌 박진표의 <죽어도 좋아>

마리아가 연인 후안에게 받은 연애편지가 사실은 대필자 페드로의 자신을 향한 사랑 고백이었음을 알고 감동한 영화 토마스 구티에레스 알레아의 <공원에서 온 편지>는 플로레티노 아리사가 자신과 페르미나의 사랑과 교감을 ᄇᆞᆼ으로 연인의 편지를 대필해주는 소재의 모태가 된 셈이다.

양조회사 사장 오레스테스와 사랑을 맺은 하얀 비둘기를 키우는 혼혈 여인 유부녀 폴비아는 자신의 몸에 쓰인 너는 나의 것이라는 장난 글귀를 깜박 잊은 채 남편 앞에서 옷을 벗다가 남편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루이 게라의 <비둘기를 키우는 아름다운 여인의 우화>. 플로레니노 아리사 역시 올림피아 술리타와의 관계에서 똑같은 상황을 겪는다.

 

어린 나이에 아름답고 우아한 거만함을 지닌 페르미나 다사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 가난하고 소박한 플로렌티노 아리사는 그녀의 돌발적인 심적인 변화로 사랑을 놓치고 방황한 세월을 보내며 그녀와의 지속적 사랑을 꿈꾼다.

그녀의 남편인 명망 있고 부유한 가문의 의사 후베날 우르비노의 죽음으로 519개월 4일 만에 그들은 재회하게 된다.

운명적 만남을 믿고 기다린 플로렌티노 아리사, 조용하고 성실한 결혼 생활 속에 잠재워져 있던 사랑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페르미나 다사.

세월의 흐름, 늙음, 죽음을 인정하며 친숙하고 안정감 있는 부부애로 완전한 사랑을 이룬다. 537개월 11일 만에.

제목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배경인 남아메리카와 유럽 각지에서 떠돌던 공포의 전염병 콜레라를 콜롬비아 내전의 어두운 사회적 상황에 비유했다.

 

남녀의 자유로운 에로티시즘을 바탕으로 한 단순한 스토리나 인내, 헌신, 늙어감에 따른 변화의 인정, 죽음의 공포 등이 사랑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 힘있게 그려진 소설.

 

7년 만에 다시 읽은 그의 작품. 실망하지 않았고, 헤세, 루이저 린제, 성석제 등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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