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은 김성훈은 21세때 남파되어 북으로부터 지령이나 특별한 활동 없이 이십여년 간을 영화수입업자 김기영으로 살아간다. 차영업을 하는 아내 장미란, 영리한 딸 현미와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어느 날 갑자기 북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남겨진 하루 동안 자수와 미래가 불분명한 귀환의 갈등이 긴박한 속도로 그려져 있다.

 

자연스럽고 무심한듯한 문체로 결정의 순간을 향한 시각으로의 주인공의 냉정한 판단과 다급한 행적을 쫓는 필체가 돋보이는 글.

 

저자는 책의 제목을 주인공 김기영이 읽은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에서 빌려왔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을 모르겠고 나는 이런 해석으로 이해한다.

내 존재의 한 치 앞을 밝히는 그 밝음이 빛의 전부라고 여기나 빛 건너의 어두운 그림자(가정을 위해 북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아내의 냉정함, 그런 아내가 20대 대학생들과 벌이는 난교, 모범딸 현미가 남자친구 생일파티에 초대 받아 쇼파에서 벌이는 딥키스, 동료들의 변절, 자신의 감시자였던 어눌하고 부실했던 부하직원.)조차 빛이 세계라고 말하고 싶었나?

 

결국 주인공은 자신을 주시하고있던 남한 정부의 설득으로 북으로 돌아가는 몸짓으로 북의 의심을 잠재우고선, 남한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남한에 정착한다.

 

현 시대의 역사성과 현실성을 무겁지 않게 다룬 소설로 그의 글 <검은 꽃> 만큼 즐겁고 깊이 있게 읽은 책.

 

북으로 돌아간다는 신호로 약속장소에서 북의 연락선에 탑승한다는 불빛을 교환한다. 북의 연락선은 변절하지 않았음만을 확인하고 그냥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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