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고 독후감을 쓸 생각은 없었으나 지하철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들춰본 시들이 절절하고, 목이 메이게 우는 가슴앓이가 느껴져 집중해 읽게 되었다.

표지엔 날아가는 나비와 몸부림치며 흐느낀 듯이 머리가 흩어진 사람의 연필 스케치가 그려져있다.

시인의 눈동자는 안타까이 먼 곳을 응시하는 절실한 눈빛의 흑백사진이 시인의 프로필 위에 놓여 있었다.

 

필시 추상적인 사랑의 읊음이 아닌 실제로 사랑을 경험한, 그것도 아픈 사랑, 떠나보낸 사랑, 아직 끝나지 않은 시인의 사랑 이야기일 것이다.

 

이루어지면 이미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은 갔으나 간직한 아픈 사랑마저도 사랑이 완성되고 끝난 것보다는 진행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건지.

 

채송화 씨앗 같은 한 점으로 가슴에 꼭 박힌 사랑의 흔적을 간직핸 채 살고 싶다.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향긋한 커피 향에도 벨랑꼴리한 음악 한 자락에 가슴에 파문이 이는 상처도 아닌 설렘도 아닌 가벼이 넘기기엔 버겁고 힘겨운 사랑 한 점 간직하고 싶다.

녹이고 삭혀도 지울 수 없는 깨알같은 청춘의 흔적 간직하고 싶다.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인한 슬픔과 그리움을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한 사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전에는 결코 잊지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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